“천사 목소리”… 장애인의 노래 친구 ‘소나무 할아버지’

“천사 목소리”… 장애인의 노래 친구 ‘소나무 할아버지’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5-10-22 23:08
수정 2015-10-23 01:2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종호 JW중외그룹 명예회장 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13년째 후원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이미지 확대
이종호(왼쪽 세 번째) JW중외그룹 명예회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을 앞둔 중증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JW중외그룹 제공
이종호(왼쪽 세 번째) JW중외그룹 명예회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을 앞둔 중증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JW중외그룹 제공


음정도 틀리고 소리도 나빴다. 발음도 불명확했다. 이상했다. 분명 형편없는 노랜데 가슴이 뛰었다. 박수가 이어졌고 몇몇 관객은 기립 박수를 이어갔다. 10여곡의 합창 공연을 마친 30여명의 단원들은 볼이 붉게 상기된 채 근육을 쥐어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객석에 자리한 이종호(83) JW중외그룹 명예회장은 “천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이들의 목소리와 비슷할 것”이라며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21일 홀트 아동복지회 소속 중증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의 정기 공연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렸다. 이 명예회장은 이들 합창 단원과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소나무 할아버지 오셨다!” 공연 1시간 전. 이 명예회장이 대기실에 들어서자 단원들의 표정이 단박에 밝아졌다. ‘소나무 할아버지’는 호가 송파인 이 명예회장을 부르는 이들의 애칭이다. 단원 개개인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 이 회장의 모습은 오랜만에 손주를 만난 ‘할아버지’의 모습과 꼭 닮았다. 합창단과 이 명예회장의 만남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명예회장은 2003년 서울 잠실 올림픽펜싱경기장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이들 합창단의 목소리를 듣고 후원회장을 자처해 인연을 맺어왔다.

한두 번의 물질적 후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 명예회장은 1년에 4~5번씩은 사비를 털어 이들을 만난다. 뷔페를 쏘거나 함께 야외 나들이를 가는 식이다. 그에게 이들의 존재는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그는 “모두가 예쁘고 대견하다”면서 “내가 좋아하서 하는 일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힘이 닿는 데까지 이들과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합창단원들은 뇌병변, 정신지체, 정신질환, 언어장애, 다운증후군, 시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지녔다. 이들은 각각의 장애를 이유로 부모로부터 버려져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악보를 보거나 가사를 읽을 수 없어 짧은 동요 한 곡을 외우는데도 한 달이 걸린다. 지체장애 3급인 박지혜(46·여) 단원은 “소나무 할아버지는 착하고 잘 놀아주셔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서 “노래 부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 앞으로도 계속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JW중외그룹은 1945년 설립된 해방둥이 기업이다. 국내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견 제약회사로 국내 최초로 수액제(링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5-10-23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