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미운 정/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미운 정/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5-11-04 18:24
수정 2015-11-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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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정 미운 정’ 드는 사이는 부부만이 아니지 싶다. 취재원과 기자 사이도 ‘고운 정 미운 정’이 쌓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차이는 있다. 부부는 서로 콩깍지가 씌어 결혼하다 보니 고운 정으로 시작해 미운 정이 든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취재원과 기자는 미운 정으로 시작해 고운 정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래전 한 중앙 부처를 출입할 때 일이다. 어느 날 A 국장이 해준 얘기는 한창 이슈가 되던 문제여서 ‘특종’이지 싶어 저녁 늦게 다시 보충 취재했다. 그런데 다음날 눈치 빠른 A 국장은 내가 기사를 쓰기 전에 발 빠르게 보도자료를 냈다. B 국장은 기삿거리를 주고는 내가 출장 간 사이 다른 기자한테 그 기사를 주는 ‘이중 플레이’를 했다.

당시는 너무 화가 나서 이들과는 한동안 소원하게 지냈다. 치기(稚氣)와 억하심정(抑何心情)으로 이 부처를 의도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쓴 적도 있다고 지금 고백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공직을 떠난 뒤에도 서로 연락하며 지낸다. 도울 일이 있으면 진심으로 챙겨 주는 사이가 됐다. 나쁜 감정이 도리어 좋은 인연을 맺어 준 셈이다. 미운 정이 더 깊다더니 맞는 말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1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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