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짚동/이경형 주필

[길섶에서] 짚동/이경형 주필

이경형 기자
입력 2017-11-28 22:34
수정 2017-11-29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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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들판이 삭막해 보인다. 옛날엔 추수를 끝내면 탈곡한 볏단으로 짚동을 지어 논에 줄지어 세워 놓는다. 요즘은 흑·백 비닐로 볏짚을 감아 싼 ‘곤포 사일리지’들이 짚동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짚동은 짚단을 세워서 둥그렇게 쌓아 새끼로 묶어 짚단 3배 높이로 원통처럼 만든다. 벼 이삭들이 남아 있어 참새들이 모여들었다. ‘곤포’는 볏짚을 햇볕에 3~4일 말려 발효액을 뿌린 뒤 지름 1.2m, 무게 350kg 크기로 만들어 비닐랩으로 밀폐 포장한 것이다. 소의 조사료용으로 개당 7만원 선에 거래된다.

기러기 떼가 날아가다 일제히 논에 내려앉아 벼 그루터기를 쪼고 있다. 벼 베기, 탈곡, 볏단 수거가 모두 트랙터로 자동 처리되다 보니 논에도 기러기들이 먹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초가집이 많던 시절, 이때쯤 농촌에선 지붕에 햇짚으로 엮은 새 이엉과 용마름을 올린다. 저녁에는 짚동에서 볏단을 꺼내 물을 뿌리고 떡메질로 부드럽게 한 뒤 새끼를 꼬거나 가마니를 짜 농한기 벌이를 한다. 짚동 대신 곤포들이 널려 있는 들판 풍경은 분명 문명의 진보일 텐데 왜 삭막해 보일까.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7-1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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