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2차 평양 방문길 오르며 “CVID가 목표” 정리
최근 북한 비핵화 원칙으로 기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보다 강도높은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제시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다시 CVID라는 표현을 썼다.PVID와 CVID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게 외교전문가들의 시각이지만, 비핵화 의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치열한 샅바싸움을 감안할 때 수사(修辭)상의 미묘한 변화를 가볍게 볼 수 만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정상회담 막판 조율차 두 번째 평양 방문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지난 2일 국무장관 취임식에서 북한 비핵화 방법으로 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를 제시했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미 정부의 기존 비핵화 원칙인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로 돌아온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취임식 당시 “우리는 북한 WMD(대량파괴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PVID)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 그가 처음 사용한 PVID라는 표현은 미 행정부가 그동안 고정불변의 원칙으로 제시한 CVID에서 ’complete‘(완전한)를 ’permanent‘(영구적인)라는 표현으로 대체한 것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영구적‘이라는 표현을 북한이 핵을 영원히 없애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본다면 미국이 일시적 타협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영원히 벗어날 것이라는 의지를 특별히 부각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PVID는 기존의 ’완전한‘ 핵 폐기보다 한층 강화된 비핵화 방침으로 인식되며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백악관은 지난 5일 전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의 회동 결과를 소개하면서 “모든 핵무기,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북한 WMD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라는 공유된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투톱인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나란히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WMD의 폐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어서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으로 비핵화 협상의 허들을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확정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수차례 언급했으나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진 것도 북미 간 조율 과정에서 이러한 비핵화 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일단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송환 희망을 안고 두 번째 평양길에 오른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CVID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미국이 일단 기존의 비핵화 방침으로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볼 여지가 생겼다.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불과 40여일 만에 중국을 재차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미묘한 입장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전문가들은 북미회담 조율 과정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받아든 김 위원장이 이번 회동을 미국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이자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