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워싱턴 무박 회담 ② 日의 퍼주기 회담 ③ 中 보여주기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한국시간 11일 새벽) 워싱턴에서 미국의 새 정부 출범 뒤 첫 미·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만남은 여러 가지 파격의 ‘특별한 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우선 아베 총리는 워싱턴에서 회담을 하지만, 단 하룻밤도 워싱턴에서 자지 않는 ‘무박(無泊) 워싱턴 정상회담’의 기록을 세운다. 워싱턴에서는 만찬도 갖지 않은 채 트럼프의 개인 별장 ‘마라라고’가 있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바로 이동한다. 서울과 제주의 3배를 훌쩍 넘는 1400㎞나 떨어진 거리다. 마라라고에서는 이틀을 머문다.
두 정상이 함께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팜비치로 날아가는 것도 이채롭다. 에어포스원에 외국인 탑승은 거의 없었다. 또 두 외국 정상이 만 이틀 동안 이처럼 찰싹 붙어다니게 되는 사례도 유례가 없다.
두 정상은 3차례의 오·만찬을 예정하고 있다.10일 공동 기자회견 뒤 늦은 오찬, 이날 두 정상 부부가 참석하는 만찬, 11일 만찬 등이다. 두 차례 만찬 모두 팜비치에서 할 예정이다. 11일 조찬 및 골프 중 오찬 등을 염두에 두면 두 정상이 다섯끼 이상을 같이 할 수도 있다.
●아베, 美경제 협조 방안 부각 예정
양측은 이번 만남을 두 지도자 및 두 나라 관계의 긴밀성과 특수관계를 다지는 한편 이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개인적인 친밀성을 강조하되 사업적인 이해타산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의 ‘사업가적인 안배’란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단합의 장면이기도 하다. 일본은 아베 정부의 미국 경제에 대한 공헌 방안과 트럼프 경제정책에 대한 협조 계획 등도 부각시킬 예정이다. 일본 내에서는 ‘조공 회담’이라는 조롱이 나올 정도다. 아베 총리는 9일 출국 전 기자회견을 통해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양국의 경제 협력을 발전시키는 회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日 “설득할 땐 펜스 부통령 상대”
한편으로는 “트럼프의 청구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경계도 있다. 이를 의식하듯 아베 총리는 골치 아픈 현안들을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에게 맡겼다. 정상회담과 함께 재무·외무장관 회담이 각각 열린다. 총리까지 지낸 ‘정치 거물’로 사실상 아베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아소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개별 회담을 갖고 통상무역 갈등과 경협 등을 처리한다. ‘설득이 필요할 때는 펜스 부통령을 상대한다’는 게 일본의 주요 전술이기도 하다. 지재권, 원산지 규칙 등 양국 간 새로운 룰을 세우고, 고위 경제당국자 협의체를 구성하는 일도 이 자리에서 틀을 잡게 된다. 기시다 외무상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별도 회담을 갖고, 주일미군 주둔비, 동맹 강화 및 대중 견제 등 외교안보 현안 등을 처리한다.
트럼프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 틀의 후속 회담을 요구할 태세다. 일본 정부는 양자 틀에 묶이지 않고 다자적으로 통용될 새 통상무역 규칙을 내세우며 방어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7-02-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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