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규제 때문에 국경 간 거래 개선 안 돼”
“한국, 비기축통화국 관점에서 큰 역할 가능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CD)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익이 국경 간 거래”라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조지아 트빌리시를 방문한 이 총재는 2일(현지시간) 오전 ‘중앙회랑 국가에 역내 핀테크 허브 구축하기’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CBCD란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이 총재는 “지난 20년간 규제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국경 간 거래 부분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면서 “원화는 비(非)기축 통화여서 다른 통화로 전환이 불가능한데다 한국이 자본시장을 완전히 자유화하지 않아 자본 흐름 관리 시스템도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우리는 CBDC를 통해 돈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은행들이 토큰화된 예금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돈의 원천인 CBDC를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은행이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에게 예금 서비스를 제공하면 중앙은행은 은행 간 자금 이전을 위해 쓰는 지급준비금을 발행해 통화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이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주도로 진행되는 아고라(Agora)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5개 기축통화국(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과 한국, 멕시코 등 7개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CBDC 프로젝트다. 중앙은행 화폐와 은행에서 발행하는 예금토큰을 활용해 국가 간 통화시스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큰화’는 예금을 비롯한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등 전통적 자산을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플랫폼에 기록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디지털 증표다.

이 총재는 “아고라 프로젝트는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상당한 규제적 조화가 필요하다”면서도 “CBDC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익이 국경 간 거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경 간 규제를 조화시키는 측면에서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의 관점을 보여주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