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에 이어 오스트리아 대선에서도 여론조사 예측이 또 빗나갔다.

4일(현지시간) 대선 재투표를 앞두고 극우 후보가 박빙 속 우세라는 여론조사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세계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첫 극우 국가 지도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던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과연 적중할 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날 초기 개표 결과에 근거한 현지 언론의 추정에 따르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 녹색당 당수 알렉산다 판데어벨렌(72)이 53.6%의 지지로 46.4%를 얻은 극우 자유당 후보 노르베르트 호퍼(45)를 크게 앞서며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4월 1차 투표를 치른 이후 결선 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20차례의 여론조사에서 판데어벨런 후보가 호퍼 후보를 이긴 것은 5차례에 불과했다.

동률을 이룬 3번을 빼면 12번은 호퍼 후보가 앞섰다.

특히 10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번 중 2번이 동률을 이루는 박빙을 펼치다가, 투표 직전인 11월 여론조사에서는 4번 연속 호퍼 후보가 이기면서 위기감이 더욱 높아졌다.

11월 17일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야 판데어벨렌이 51%대 49%로 역전했다.

앞서 지난 4월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호퍼가 35.1%로 1위, 판데어벨렌이 21.3%로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올랐다.

5월 결선 투표에서 판데어벨렌이 간발의 차로 뒤집으며 승리했지만, 자유당이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해 무효가 되면서 재투표가 치러졌다.

이처럼 여론조사 예측이 빗나간데 대해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자유당이 집권하거나 EU에 회의적인 호퍼의 당선으로 브렉시트와 같은 충격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도 여론조사는 대부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며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고 결국 당선됐다.

트럼프가 이렇게 호언장담을 한 데는 앞서 치러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었다.

지난 6월 23일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 하루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는 6개 중 4개에서 잔류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 차이가 55%대 45%로 10% 포인트나 벌어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찬성 51.9% 대 반대 48.1%로 영국은 EU를 탈퇴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