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해방 다룬 인형의 집, 지금 한국에 딱 맞는 작품”

“여성 해방 다룬 인형의 집, 지금 한국에 딱 맞는 작품”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18-11-05 22:46
수정 2018-11-05 23:5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10년 만의 내한, 러시아 바흐탄고프 극장 수석연출가 유리 부투소프

“입센은 ‘인형의 집’을 통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시의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작품이죠.”
이미지 확대
유리 부투소프 러시아 연극연출가
유리 부투소프 러시아 연극연출가
서울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연출을 맡은 러시아 연극연출가 유리 부투소프(57)는 “저에게도 이제 이 작품을 다룰 적절한 시기가 됐고, 마침 ‘인형의 집’ 안에 담긴 문제들이 한국에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졌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5일 서울신문과 만나 “‘인형의 집’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모두 다 담고 있다”고 말했다.

부투소프는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마스크상’을 수상하는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연출가로 꼽힌다. 2008년 한국 무대에 올린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는 원작을 뒤집는 파격적인 연출로 화제가 됐다. 그는 현재 러시아 최고 극장으로 발돋움한 모스크바 바흐탄고프 극장의 수석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형의 집’은 순종적인 여성 ‘노라’가 자신의 굴레를 깨닫고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는 여성 해방 이슈를 담고 있다. 1879년 발표 당시 유럽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부투소프는 ‘미투 사건’ 등 국내 연극계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지인들을 통해 이미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일본 위안부 문제 등을 예로 들며 “(한국 사회가) 여성의 자유와 지위를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하고, 다양한 운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 전 한국에 왔을 때보다 여성의 자유가 조금 더 커졌음을 느낀다”며 “느리게라도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부투소프는 ‘인형의 집’ 출연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배우들과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배우 오디션을 직접 본다”면서 “두 달 이상 배우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이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예술을 하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서로 잘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러시아에서는 연극이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부투소프가 몸담은 바흐탄고프 극장 역시 지난 시즌 관객 수가 30만명에 달했다.

그는 “모스크바에 연극전문학교가 설립된 게 100년이 넘고, 이 같은 역사가 바로 러시아 연극의 힘”이라며 “러시아로 유학을 온 한국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정말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다. 이들이 연극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한국에서도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번 공연은 6~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8-11-06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