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속 이미지] 달리는 경의선 달아난 풍경들

[그 책속 이미지] 달리는 경의선 달아난 풍경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8-07-05 23:10
수정 2018-07-06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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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김용철 지음/눈빛/132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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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기처럼 두 다리를 쭉 뻗고 창문 너머를 쳐다본다. 이마에는 주름이 확연하다. 웃는 것인지, 찡그린 것인지, 아니면 근심이 있는 것인지 알 길 없다. 의자 옆 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먹을 것, 입을 것, 아니면 그 무엇인지 알 길 없다. 열차의 열린 문 옆 풍경은 어찌도 빠른지, 눈이 미처 다 좇기도 전에 휙휙 달려간다. 1990년 7월 경의선의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에 ‘과거’라는 이름의 냄새가 휙휙 달아난다.

경의선은 1904~1906년 사이 건설된 서울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518.5㎞ 복선 철도다. 1906년 청천강 대동강 철교가 준공되면서 경성에서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전 구간이 개통됐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역사를 지나면서 철도의 이름도 갈라졌다. 북한은 평양을 기점으로 평부선, 평의선으로 부른다. 우리는 경의선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다.

책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김용철 작가가 경의선에서 찍은 100여장의 사진을 모았다. 당시 청년이었던 작가는 24시간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여자친구를 보러 가는 길, 혹은 무작정 내린 간이역에서 만난 사람들과 주변 풍광을 찍고 또 찍었다. 끊긴 철도의 비운과 짧은 여행의 여운이 사진 속에서 교차한다. 청년 시절을 추억하며 작가는 꿈꾼다. 개성, 신의주에서 나머지 절반의 경의선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날을.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8-07-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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