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 막전막후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예고된 지난 11일부터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 탈당을 선언한 13일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은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다. 문재인 대표는 전날 심야에 안 의원의 자택을 찾아간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전화통화를 통해 타협점 찾기에 나섰지만 끝내 안 의원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연합뉴스
문전박대… 시름 깊은 文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새벽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막기 위해 서울 노원구 안 의원의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기자들이 몰려들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문 대표를 집 안에 들이지 않고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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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문 대표를 향해 “혁신전당대회 요청을 재고해 달라”고 밝힌 뒤 칩거에 돌입한 지 5일 만에 내놓은 메시지였다. 안 의원의 측근들을 통해 탈당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야권은 크게 술렁였다. 행방이 묘연했던 안 의원은 12일부터 자택에 머무르며 기자회견문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전날인 12일 당 소속 의원들은 분열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후 8시 30분쯤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 철회 및 문 대표의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결의문이 채택됐다. 이어 박병석, 원혜영, 노웅래 의원이 밤 11시 45분쯤 이 결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안 의원의 상계동 집을 찾았다. 이들은 안 의원에게 탈당 방침을 철회해 줄 것을 강력하게 호소했지만, 안 의원은 요지부동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계동 자택 문밖으로는 평소에 차분하던 안 의원의 고성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느냐”고 성토하는 안 의원의 목소리도 새어 나왔다. 안 의원의 자체 혁신안인 ‘낡은 진보 청산’에 대해 문 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반박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가 13일 0시 58분쯤 박광온 비서실장과 윤건영 특보를 대동하고 안 의원의 자택을 ‘깜짝 방문’하면서 두 사람의 회동 여부가 탈당을 결정지을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회동은 불발됐다. 40분 동안 기다렸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문 대표는 안 의원과 악수만 하고 오전 1시 45분쯤 발길을 돌렸다.
안 의원의 기자회견 직전인 13일 오전에도 두 사람의 최종 담판은 회동이 아닌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오전 9시 40분쯤 상계동 자택을 나선 안 의원은 국회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문 대표와 13분가량 통화를 했다. 문 대표는 통화에서 “통합전대든 혁신전대든 전대라는 것은 다 열어놓고 논의하자. 만나서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혁신전대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이를 천명하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며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시종일관 ‘혁신전대를 수용해라. 그래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취지로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설명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간담회에서 전했다.
한편 안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저는 진심으로 낡은 정치를 끝내고 새 정치가 실현되기를 소망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당 소속 전체 의원들에게 보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2015-12-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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