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탄두 소형화·투발수단 개발 지시…핵실험·미사일발사 독려김정은 “미 본토·태평양도 우리 손아귀에”…美증원전력 파견시 변수될 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미사일 무력 강화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대북 제재 강도를 높여 북한의 ‘셈법’을 바꾸겠다는 국제사회의 시도에 정면으로 맞서기라도 하듯 핵·미사일 무력 강화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예고없이 부닥칠 수 있는 미제와의 전면전쟁, 핵전쟁에 대비해 국방과학 부문에서 핵무기 병기화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가는 동시에 그 운반수단 개발에 총력을 집중하라”로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핵무기 병기화’는 SLBM을 비롯한 다양한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하는 게 핵심이다.
북한이 핵탄두 무게를 700㎏ 이하로 줄일 경우 준중거리 노동미사일과 중거리 무수단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일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전역과 태평양 괌 미군기지까지 북한의 핵공격 범위에 들어간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독려한 만큼,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5차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최근 핵실험을 준비하는 듯한 차량과 인원의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김정은이 ‘운반수단’ 개발을 독려한 것은 핵투발수단인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22일 무수단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SLBM 시험발사에도 성공하는 등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무수단미사일 시험발사는 5차례의 실패를 거쳐 6번째에 겨우 성공한 것으로, 추가 시험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게 과제로 남아있다.
SLBM도 이번에 고각 발사로 약 500㎞를 비행하는 능력을 보여 이르면 올해 안에 실전배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SLBM 여러 발을 장착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 없이는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북한이 SLBM 시험발사에 사용한 잠수함은 배수량 2천t의 신포급 잠수함으로, 규모가 작아 깊은 바다에서 안정적으로 SLBM을 쏠 수 없고 1발밖에 탑재할 수 없어 연속 공격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무수단미사일의 지속적인 시험발사로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SLBM 여러 발을 안정적으로 쏠 수 있는 3천t급 이상의 잠수함 건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김 위원장이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 건조’를 직접 지도하고 있다고 밝혀 북한이 김 위원장의 각별한 관심 속에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의 지시대로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경량화를 달성하고 SLBM을 비롯한 핵투발수단 개발을 완료하면 북한은 언제든지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핵보유국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SLBM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 위원장이 “오늘 발사한 탄도탄의 시험 결과를 통해 우리가 핵공격 능력을 완벽하게 보유한 군사대국의 전열에 당당히 들어섰다는 것이 현실로 증명됐다”고 밝힌 게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소형화·경량화된 핵탄두와 효과적인 핵투발수단을 갖출 경우 한미동맹은 근본적인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무수단미사일과 SLBM에 핵탄두를 탑재해 주일미군기지와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이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전력을 파견할 때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정은이 SLBM 시험발사 참관 직후 “미국이 아무리 부인해도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는 이제 우리 손아귀에 확실하게 쥐여져 있다”고 장담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이 미 본토나 괌을 겨냥해 핵공격 위협을 하는 상황이 오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지키기 어려워지고 이는 한미동맹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