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군부석에 외교관 배치 ‘이례적’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평양 주재 외국 인사들과 가까이 있는 모습을 잇달아 보여줘 개방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김 제1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창립 60주년 기념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할 때 그의 바로 뒤에 평양 주재 외교사절단 등 외국인 30여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일반적으로 노동당이나 군부 핵심 인사들이 앉았던 최고 지도자 뒷자리에 외국 외교관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단체로 앉는 것은 상당한 배려로 받아들여진다.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에는 외국인들이 일어서서 손뼉을 치는 장면이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7월 25일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서 류훙차이(劉洪才) 주북 중국대사와 영국 외교관 등과 함께 놀이기구를 즐기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뒤 평양에서 열린 각종 행사에 외국 인사가 과거보다 자주 초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외국 외교관들이 참석하는 공식 석상에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았던 것과 대조된다.
김 제1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스위스 유학 경험자로서 외교무대에 본격 등장하면 외국 지도자와 활발한 교류를 할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외국인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함으로써 북한이 고립된 국가로서가 아닌, 세계적 추세 속에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2012-11-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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