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말 안 통해 다투다 부상…산업재해”

“외국인 노동자 말 안 통해 다투다 부상…산업재해”

입력 2010-10-09 00:00
수정 2010-10-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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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가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다른 근로자와 싸우다 다쳤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업무 지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투다 직장 동료에게 머리를 얻어맞아 한쪽 몸이 마비된 중국동포 김모(29)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국내 한 가구제조 공장에서 도장보조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2008년 5월 가구자재를 옮기다 실수로 도장 작업을 하려고 세워둔 널빤지를 바닥에 넘어뜨렸지만 다시 세워놓지 않고 그냥 옆에 치워뒀다.

 이를 본 동료 직원 이모씨가 널빤지를 작업대에 올려놓으라고 했으나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김씨가 어색한 자세로 웃음을 짓자 이씨는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비웃는다고 생각해 김씨의 뺨을 때렸다.

 이에 김씨는 나무 막대기로 이씨의 머리를 때렸고,화가 난 이씨는 다시 알루미늄 분무기로 김씨의 머리를 내리쳤다.김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오른쪽 몸이 마비돼 혼자 일어나고 걷는 것이 어렵게 됐다.

 김씨는 그해 6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그러나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이씨의 머리를 때려 가해자를 자극하거나 도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간 업무상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이어 “원고가 이씨를 자극하거나 도발했다기보다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누적된 갈등이 이 사건을 초래한 것으로 보여 모두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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