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고고학계 큰 별’ 손보기 선생님을 추모하며
아시아 구석기고고학계의 큰 별인 손보기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놀라움 속에 듣고, 저와 동료들은 모두 심심한 애통의 마음에 빠져들었습니다.선생님은 한국 구석기고고학의 개척자이자 또한 국제학술계에서 드높은 위상을 지닌 선구적 고고학자였습니다. 공주 석장리 유적 발견과 연구는 한반도 구석기고고학의 서막을 열었으며, 고인류가 한반도에서 생존한 역사를 수 만 년 앞당겼습니다.

그 후 한반도 구석기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과 연구로 뛰어난 학술성과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인재를 훈련시키고 발굴현장에서의 작업 규범을 세워, 후속 세대가 발전해갈 수 있도록 견실한 기초를 닦으셨습니다.
또한 한반도에서 구석기인이 생존했던 역사를 복원하는 데에 중요한 공헌을 하신 것은 물론 박물관 설립을 계획하고 지원하여 선사문화를 알리는 등 그 학술적인 영향과 사회적인 영향 역시 넓고 깊게 이뤄놓으셨습니다.
특히 선생님은 우리 중국학자들과의 교류에 관심을 기울여,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학술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많은 동료들과 깊은 우의를 쌓으셨습니다. 1989년에는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술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하여 우리 연구소가 주관한 ‘베이징원인 제1두개골 발견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토론회’에 참가하셨는데, 이는 한중학술교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저우커우뎬(周口店)유적 관련 자료집의 영문판 출판을 적극 기획하고 독려하여, 베이징원인에 관한 지식과 연구 소식을 홍보하는 데에도 특별한 공헌을 하셨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중국의 학술활동에 참여하고,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중국에서 온 학자들을 맞는 등, 양측의 학술 교류와 협력을 열과 성을 다하며 독려하시니 중국학자들로부터 높이 칭송을 받으셨습니다.
이에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와 중국고인류·구석기고고전업위원회를 대표하여, 손 선생님의 가족, 친구, 그리고 한국구석기고고학회에 비통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선생님이 문을 연 한국 구석기고고학 연구가 계속적으로 발전하기를 충심으로 축원하며, 아울러 양국의 우의와 협력이 긴밀히 발전해가기를 염원합니다.
손보기 선생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카오싱(高星)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 부소장
2010-11-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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