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완서씨 마지막 일기 공개
“살아나서 고맙다. 그동안 병고로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죽었으면 못 볼 좋은 일은 얼마나 많았나. 매사에 감사.”소설가 박완서씨가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더 지났다. 새달 1일자로 발간된 ‘현대문학’ 3월호는 추모특집으로 큰딸인 수필가 호원숙씨를 비롯해 고인과 함께했던 이들의 추모글을 실었다.
호씨는 ‘엄마의 발’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엄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전하며,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남긴 일기를 공개했다.
“병원 가는 날, 퇴원 후 바깥 나들이라 며칠 전부터 걱정이 되었는데 잘 다녀왔다. … 집에 와서도 많이 앉아 있었다. 일기도 메모 수준이지만 쓰기로 했다. 워밍업이다. … 살아나서 고맙다. 그동안 병고로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죽었으면 못 볼 좋은 일은 얼마나 많았나. 매사에 감사… 점심은 생선초밥으로 혼자 맛있게.”
마지막까지 일상을 소중히 여겼던 고인의 마음이 묻어난다. 호씨는 어머니가 딸들에게도 맨발을 보여 주지 않아 ‘엄마의 발은 늘 가슴 아픈 의문표’였다고 한다.
항상 당당하던 어머니가 어느날 발목을 다쳐 병원을 찾았고, 그제야 호씨는 어머니 다리의 태생적인 붉은 반점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호씨는 “나는 그 순간 엄마가 진정으로 고맙고 무조건 잘해 드리고 싶어졌다.”며 “부끄러울 것도 창피해할 것도 없는 엄마의 붉은 점을 보면 그래도 마음이 저려 왔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02-2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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