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나오게…” 老동문의 아름다운 기부

”노벨상 나오게…” 老동문의 아름다운 기부

입력 2011-05-03 00:00
수정 2011-05-0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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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아껴 모은 돈 서울대에 연이어 전달

한 80대 서울대 동문이 한국에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아껴 모은 재산을 연이어 내놓았다.

실명을 밝히길 사양한 노(老) 신사(81)는 올 2월 “노벨 화학상 수상자에게 주라”며 1억원을 모교에 기부했다.

자가용 한 번 굴려보지 않고 절약하며 모은 돈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연구실 환경개선에 쓰라며 지난주 3천만원을 다시 내놓았다.

49학번으로 서울대 상학과에 입학한 이 신사는 3일 “내 기사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기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에 응했지만 실명 공개는 끝내 사양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도 좋지만 상을 타게 하려면 학생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 아니냐. 연구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먼저 지원했어야 하는데 아차 싶었다”고 추가 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노 신사가 서울대발전기금 사무실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달 2월 중순이다. 허름한 양복 차림으로 방문한 그는 상임이사인 김형주 교수에게 1억원짜리 수표를 내밀었다.

그는 “원래 화학에 취미가 있었는데 화학과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평생 미련이 남았다. 서울대에서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나오면 이 돈을 포상금으로 써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주 교수는 “아들이 모는 오래된 아반떼 승용차를 함께 타고 찾아왔다. 재산이 넉넉한 분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뜻밖의 거액을 맡겨 무척이나 놀랐다”고 회상했다.

노 신사가 추가 기부를 생각하게 된 것은 뜻밖에도 자연대학장이 기부자들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를 통해서였다.

자연대 관계자는 “편지에 감사 표시와 더불어 연구시설을 개·보수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분께서 이를 보고 도움을 주고 싶다며 연락해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금액이 얼마 정도면 도움이 되겠느냐고 묻기에 1만원을 내신 분도 있고 1천만원대를 내신 분도 계시다고 말했다.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2천만원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액수가 커 무척 놀랐다”고 덧붙였다.

다음에 이뤄진 통화에서 노 신사는 이 관계자에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3천만원이 낫겠다. 연구실이 잘 돼 있어야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지 않겠는가. 잘 써달라”고 말했다.

그가 추가로 기탁한 기부금은 서울대 자연대의 연구환경 개선사업에 쓰인다.

그는 “며칠전 돈을 송금하러 은행에 가 ‘기부한다’고 했더니 담당 직원이 ‘잘 하셨다’며 반겨줘서 기분이 좋았다”며 “앞으로 신문에 미담 기사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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