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업 갖기 불가능…유흥업소가 편해”

“평범한 직업 갖기 불가능…유흥업소가 편해”

입력 2011-08-05 00:00
수정 2011-08-0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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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의 키에 늘씬한 체격, 모자 아래 드러난 하얀 피부, 또렷한 이목구비까지…. 지난달 말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 만난 이모(42)씨는 성전환 수술 전이지만 천상 여성의 모습이었다.

일본 원정 성매매 혐의로 입건된 이씨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한참 뒤에야 답변이 돌아왔다. 평범한 직업을 가지려 해도 말투, 걸음걸이만 보고 눈치챈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1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로는 정상적인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차라리 술집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은 최소한 자신을 여자로 상대해준다고.

트랜스젠더가 일하는 유흥업소는 이태원 15곳, 강남 5곳, 부산 5곳, 대구·제주 2곳 등 대도시마다 있다고 했다.

그는 “집 나와서 방 얻고 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라면서 “부모 모르게 이 일 하면서 돈 보내고 사는 애들 많아.”라고 말했다.

그도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시골집에 내려갈 때에는 남자 옷을 입고, 긴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눌러쓰고 절대 벗지 않는다. 수술을 하면 돈을 더 벌 수도, 주민등록 정정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그가 대답했다.

“농사짓는 분들인데, (수술하면) 가족하고 영영 끝일지도 몰라서…. 그리고 수술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사람들은 다 우릴 똑같이 봐.”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2011-08-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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