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준하 선생 앞에 정중히 고개 숙인 재판부

故장준하 선생 앞에 정중히 고개 숙인 재판부

입력 2013-01-24 00:00
수정 2013-01-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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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과 감사의 마음” 이례적 소회 밝혀

“고인에게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유신 독재정권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른 고(故) 장준하 선생에 대한 재심 첫 공판이 열린 2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재심 사건을 심리한 이 법원 형사합의26부의 재판장인 유상재(사법연수원 21기) 부장판사는 판결 주문을 읽기에 앞서 상당한 시간을 들여 소회를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고인은 격변과 혼돈으로 얼룩진 현대사에서 나라의 근본과 민주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일생을 헌신했던 우리 민족의 큰 어른이자 스승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고 재판부도 이견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재심 사건을 맡은 재판부로서는 국민의 한 사람이자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역사적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인의 숭고한 역사관과 희생정신은 장구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이 시대를 호흡하는 사회 공동체 구성원에게 큰 울림과 가르침으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재심에서 피고인의 누명이 벗겨지는 경우 재판부가 선고 직전에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죄를 구하는 일은 더러 있지만, 이번처럼 존경과 감사의 뜻까지 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유 부장판사는 “근대 헌법의 기본적 가치가 무참히 핍박받던 인권의 암흑기에 어둠을 밝히는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스스로 개인적인 희생과 고난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수차례 장 선생의 일생을 기렸다.

유 부장판사가 소회 끝에 무죄를 선고하자 법정 안은 환영의 박수 소리로 가득찼다.

재심을 청구한 장 선생의 장남 호권(64)씨는 “재판장의 소회가 가슴에 와 닿았다”며 “국민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서 사법부를 아직 신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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