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 첫 검증…21명 희생 확인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 첫 검증…21명 희생 확인

입력 2015-01-18 10:25
수정 2015-01-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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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차 조사결과 발표…명부 작성 61년 만에 최초 검증’집단학살’ 진상 규명 토대 마련…남북 공동조사 필요성도

재일 한국인에 대한 마구잡이 학살사건이 일어난 1923년 관동(關東·간토)대지진 당시 한국인 피해자 명부를 정부가 검증한 첫 결과물이 나왔다.

이는 국권 피탈 시기 일어난 집단 학살의 진상조사를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에 대한 1년간의 1차 검증을 진행한 결과 명부에 수록된 289명 중 18명이 관동대지진 피살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또 명부상 피살자들의 본적지를 방문해 조사하던 중 명부에 없는 3명의 희생사실을 추가로 밝혀내 총 21명의 관동대지진 희생자를 확인했다.

’일본 진재시 피살자 명부’는 정부가 작성한 것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로, 작성된 지 약 61년 만에 정부기관이 첫 검증 조사를 벌인 것이다.

이승만 정부가 지난 1953년 피해신고를 모아 만든 이 명부는 재작년 6월 주일 한국대사관 신축 중 ‘일정시피징용자명부’, ‘3·1운동피살자명부’와 함께 발견됐고, 위원회는 이에 대해 작년 1월 1일부터 검증조사를 벌여 왔다.

명부가 신고를 기반으로 작성됐고 60년 전 문서인 만큼 제적등본 조회를 통해 희생자 신원을 일일이 교차 확인하고, 희생자 본적지를 직접 방문해 유족과 마을 주민 등 참고인 조사를 병행한다.

위원회는 지난 1년간 모두 34명을 조사해 21명을 피살자로 결론을 내린 가운데, 12명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결정 보류를, 1명은 무관하다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명부상 희생자의 사망 시기는 관동대지진 전후 111명, 3·1운동 전후 45명, 1938년 이후 16명, 미상·기타 117명 등이라고 전했다.

명부 내용을 토대로 분류하면 관동대지진 당시 피살자 247명, 3·1 운동 당시 피살자 38명, 기타(자료 불충분 등) 4명으로 집계된다.

관동대지진과 3·1 운동 피살자 명단 등이 섞인 이유는 당시 정부가 3·1운동 피살자와 일정시피징용자 신고를 함께 받던 중 오류가 생겼기 때문으로 위원회는 보고 있다.

관동대지진은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 일부 일본인들이 희생된 대표적인 제노사이드(대량학살범죄)로 꼽히지만 지금까지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부에는 ‘쇠갈구리(쇠갈퀴)로 개 잡듯 학살’, ‘식사 중 일본인에게 곡갱이(곡괭이)로 피살’, ‘군중이 습격해 살해’, ‘일본인이 죽창으로 복부를 찔러’ 등 학살 당시의 끔찍함이 여실하게 드러나 있다.

명부 수록 인원은 학계가 추정하는 한국인 관동대지진 피살자 수(6천 명)에 크게 못 미치지만 정부가 생산한 공신력 있는 문서라는 의미가 있다.

중국인의 경우 일본 정부가 만든 피살자 명부가 존재하지만,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하고 있었던 까닭에 한국인 피살자 명부를 만들지 않았다.

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검증을 끝낼 계획이지만 지난 1년 동안 조사한 희생자 숫자가 아직은 34명에 불과하고, 담당자가 한 명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 기간 내 조사를 끝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관계자는 “본적지 조사에서 추가 피살자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현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예산과 인력 상황이 열악하다”며 “함께 발견된 다른 명부 2종과의 교차 분석 등 후속 조치도 필요한데 분석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동대지진 피살자로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 지위를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며 “명부에 담긴 함경도와 평안도 등 북한 본적을 가진 희생자는 검증할 수 없어 남북공동 조사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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