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유산·기업투자” 미끼 이메일로 6억 챙긴 미국인 모녀

“거액 유산·기업투자” 미끼 이메일로 6억 챙긴 미국인 모녀

입력 2016-08-25 10:49
수정 2016-08-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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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에게 친척이 남긴 거액의 유산이 있습니다. 귀하의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습니다.”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이런 허위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무려 6억원을 챙긴 미국인 모녀가 우리나라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미국인 A(67·여)씨와 딸 B(46)씨를 구속하고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공범 3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A씨 모녀 등은 올해 3월 1일 러시아 교포 3세인 김모(32)씨에게 “친척 김OO씨가 귀하에게 120억원의 유산을 남겼다”는 이메일을 보낸 뒤 변호사 선임과 유산 공증서류 비용 등의 명목으로 최근까지 16차례에 걸쳐 9천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국제 이메일 사기단인 이들은 김씨에게 가짜로 만든 미국 영사관 공증서와 모 아프리카 은행 확인서 등을 보내 안심시켰다.

A씨 모녀는 미국의 모 은행 직원 행세를 하면서 김씨에게 접근했고, 이달 7일 국내에 입국해 김씨에게 비용 명목으로 92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이들이 해킹한 자료 등을 이용해 김씨의 인적사항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접근했기 김씨가 쉽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씨 모녀가 계속 돈을 요구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김씨가 미국 영사관에 공증서의 진위를 물으면서 사기라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 모녀의 출국을 불과 3시간 30분 앞둔 지난 10일 오전 10시께 부산 해운대에 있는 모 특급호텔에서 A씨 모녀를 긴급체포했다가 보강수사를 거쳐 19일 구속했다.

A씨 모녀는 또 지난해 미국 모 은행 임직원 행세를 하면서 한국인 기업인 등 3명에게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허위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비용 명목으로 5억원가량을 받아 챙긴 사건에도 가담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기업투자를 미끼로 한 이 사건들 가운데 1건은 다른 지역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2건은 피해자들이 신분 노출 등을 우려해 진술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단 가운데 아직 붙잡히지 않은 1명은 지난해 한국인 1명에게 “미국대사관을 통해 6천 달러를 기부하면 2천400만 달러를 투자받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66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런 사기 수법은 서아프리카 지역에 기반을 둔 조직이 주로 쓰는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 일당의 추가 범행이 있는지 파악하는 한편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조수사를 해 공범을 검거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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