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檢 보도자료 ‘고소남용자’ 표현, 인권침해”

인권위 “檢 보도자료 ‘고소남용자’ 표현, 인권침해”

입력 2016-08-31 19:43
수정 2016-08-3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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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에 인권침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 권고

검찰이 보도자료에 특정인을 ‘고소남용자’ 등으로 표현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31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터넷 언론사 기자인 이모(30)씨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악성 댓글이 달리자 2013년부터 1년 반 가까이 270여 명의 댓글 게시자들을 고소했다.

이 중 90여 건은 고소 취하로, 40여 건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고 30여 건은 약식기소 처분, 나머지는 기소유예 또는 기소 중지됐거나 수사 중이다.

대검찰청은 2년 뒤 이 사례를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 처리방안’이라는 보도자료에 넣어 배포했다.

검찰은 자료에서 “악플 피해자가 증가하는 반면 댓글 게시자를 상대로 모욕죄로 고소한 후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고소제도를 남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의 처리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씨의 사례를 “‘인터넷 신문 기자’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 글 또는 비방 댓글을 찾아내 게시자 약 400명을 상대로 고소한 후 피고소인들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취하한 사례”라고 표현했다.

보도자료가 배포된 후 몇몇 매체는 이씨의 사례를 자료에 있는 대로 보도했다가 ‘댓글 게시자에 합의금 지급을 종용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반론보도문을 싣기도 했다.

검찰은 보도자료에 이씨를 직·간접적으로 특정하거나 추론할 수 없게 모든 표현을 익명화해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달랐다.

‘약 400명을 상대로 고소한 인터넷 기자’라는 표현 외에도 ‘세월호 사건 관련 허위 인터뷰 후 자신을 비방한 댓글을 올린 게시자 1천500명을 고소한 사람’ 등 보도자료에 담긴 표현은 당사자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해당 보도자료가 사건관계인을 공개할 때 영문 알파벳 대문자를 이용해 성명을 표기하되 실명을 추단할 수 있는 표현을 함께 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수사공보준칙을 위반하고 이씨의 명예와 평판을 해친다고 봤다.

인권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된다”면서 “검찰총장에게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 준칙’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유사한 인권침해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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