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현장> ‘길 잃고 수험표 놓고오고’…긴박한 호송작전

<수능현장> ‘길 잃고 수험표 놓고오고’…긴박한 호송작전

입력 2014-11-13 00:00
수정 2014-11-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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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름 헷갈린 수험생 속출…시험 직전 쓰러지기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오전 전국 시험장 곳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예년처럼 경찰 순찰차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으로 급히 들어오는 지각생이 속출했고, 시험장을 착각해 얼굴이 사색이 된 채 발길을 돌린 수험생도 있었다.

긴장한 탓인지 규정에 맞는 시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수험생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몸이 불편하거나 일반 수험생들과 다른 환경에 처한 학생들은 병실이나 소년원에서도 시험을 치르는 ‘투혼’을 보여줬다.

= 길 잃고 수험표 놓고 오고…긴박한 ‘호송 작전’

0...오전 7시 40분께 서울 관악구 삼성고 정문 앞에는 수험생을 태운 경찰 오토바이가 등장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장모(18)군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렸는데 시험장 위치를 몰라 당황하다가 오토바이를 탄 경찰관에게 물었더니 태워다주셨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서는 집에 수험표와 신분증을 놓고 온 한 수험생과 몸이 불편한 보호자가 길 한가운데에서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경찰은 수험생을 순찰차에 태워 서원구 산남동 집에 들러 수험표를 챙기게 한 뒤 시간에 맞춰 시험장까지 데려다 줬다.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에서는 ‘학생증을 집에 두고왔다’는 수험생의 다급한 신고를 받은 경찰이 직접 수험생 집에 가 학생증을 받아 시험장까지 갖다 주는 일도 있었다.

= “무료로 태워 드려요” 봉사 나선 콜택시 기사들

0...수도권 지역의 한 업체 소속 콜택시 200대는 오전 6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경인국철 부평역·동암역·제물포역 등 3개 역에서 수험생을 각각 시험장으로 무료로 데려다 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택시 기사들은 쉬는 날 영하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장 차림에 ‘수험생 무료 수송 봉사’란 문구가 쓰인 어깨띠를 두르거나 피켓을 들고 수험생을 각 시험장으로 이송했다.

기사 권오윤(45)씨는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좋은 결실을 보는데 작은 도움을 줘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내년에도 봉사활동에 참가할 것”이라며 웃었다.

= “어라 여기가 아니네” 시험장 착각한 수험생 속출

0...오전 7시 55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 정문 앞에 멈춰선 순찰차에서 내린 한 수험생은 부랴부랴 정문 앞에 붙은 수험실 배치표를 확인했다가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사실을 알고는 얼굴이 사색이 됐다.

원래 현대고에서 시험을 봐야 하는데 여학생들만 시험을 보는 압구정고로 잘못 찾아온 것.

남학생은 또다시 근처에 있던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현대고로 황급히 떠났다.

이화외고 앞에서는 학교 이름 한 글자가 헷갈려 뒤늦게 이화여고로 허겁지겁 이동하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입실 마감 시간 직후인 오전 8시 15분께 이화외고 건물 3층까지 올라갔다가 시험장을 착각한 사실을 알고 나왔다는 수험생 2명은 정문으로 뛰어와 학교 경비원에게 “아저씨, 여기 이화여고가 어디에요?”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경비원이 손으로 이화여고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자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

경기도에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같은 이름의 학교를 시험장으로 착각한 한 수험생이 시간이 빠듯해 잘못 찾아간 학교에서 ‘청일점 수능’을 치르기도 했다.

= “수능시계 좀 주세요”…경찰에게 빌리기도

0...이화외고 인근의 한 편의점에는 일명 ‘수능시계’를 찾는다며 수험생 10여 명이 잇따라 들어왔다.

시험장에 들어갔다가 가방만 두고 시계를 사러 도로 나왔다는 이모(18)양은 “시계를 깜빡하고 안 가져와서 사러 나왔는데 학교 주변에 파는 곳이 없어서 큰일이다”라며 근처의 다른 편의점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갔다.

한 학부모는 학교 근처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에게서 시계를 빌려 자녀에게 건네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경찰에게 연방 “고맙다”고 고개 숙여 인사하며 연락처를 받아갔다.

= ‘병상투혼’ 나선 수험생

0...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8)군은 건국대병원 VIP 병동에서 수능 시험을 치렀다.

A군은 지난 10일 호흡곤란을 호소해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폐 기능 이상으로 갈비뼈 사이에 흉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A군이 아직 회복 중이지만 응시를 포기하지 않고 가슴에 호흡안정 장치를 단 채 시험을 치른다”며 “감독관과 경찰관이 입회하는 조건으로 VIP병동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경기도에서는 교통사고로 팔과 골반이 골절돼 병원에서 치료받던 여고생 등 14명의 수험생이 도내 10개 병원에서 시험에 응시했다.

지체장애 1급에 척추장애를 앓는 수험생 오모(18)양은 거동이 불편한데도 경찰·소방의 도움을 받아 일반 학교 시험장으로 이동해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고 있다.

= ‘전국 유일’ 소년원 수능시험장

0...올해 처음으로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소년원 고봉중고교에서는 소년원생 23명이 수능시험에 응했다.

소년원이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04년 지금은 폐교된 안산예술종합학교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응시자들은 지난 8월 검정고시에 합격한 소년원생들로 평균연령은 19세이다. 남자만 수용하는 기관이라 여자 응시자는 없었다.

소년원 관계자는 “수능반이 생기고 난 뒤 시험을 보겠다는 원생들이 늘었다”며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뇌경색 수험생’ 끝내 시험 포기

0...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화홍고에서는 1교시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 B군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인근 동수원병원으로 옮겨졌다.

B군은 병원에서 상태가 호전됐으나, 시험을 치르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응시를 결국 포기했다고 도교육청은 전했다.

부천에서는 한 여학생이 집에서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시험을 치르는 데 지장이 생길 뻔했다.

이 여학생은 다친 몸으로 고사장인 부천 송내고로 입실했지만 보건교사가 부모 동의를 구한 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처했다.

= 시험장 가다가 승용차 고장…경찰 도움으로 ‘기사회생’

0...오전 7시 30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풍호초등학교 앞에서 아버지 승용차에 타고 있던 수험생 박모(19)군은 발을 동동 굴렀다.

시험장으로 향하던 차량이 갑자기 고장이 나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선 것.

박군은 인근에서 교통관리를 하던 경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시간에 맞춰 시험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간 충북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에서는 공사장 앞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져 수험생 2명이 꼼짝없이 도로 한가운데 발이 묶이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들이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곧바로 순찰차를 동원, 수험생들을 태워 10여 분 만에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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