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 검사 못 받고 숨져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호흡곤란 등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이다 1일 사망한 여성(58)은 지난달 30일 기준 격리 대상자 129명 명단에 포함됐던 메르스 의심자였다. 이 여성은 메르스 의심 환자임에도 6일 동안 격리 조치되지 않고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망하기 전에 이 여성의 검체를 확보했는데,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할 대기자가 워낙 많아 기다리던 중 숨졌다”고 설명했다. 사망에 이를 정도로 증세가 심각한데도 유전자 검사조차 받지 못했던 것이다. 보건 당국은 뒤늦게 사망한 여성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 지난달 25일 평택에서 화성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6일이 지난 31일 오후 8시까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일반 환자와 같이 치료를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25일 이송된 사망자가 메르스 의심 환자라고 알려 왔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사망 원인이면 국내 첫 사망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건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여성이 메르스로 사망했다면 2차 감염에 따른 사망 사례가 된다. 또 3차 감염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망 원인이 이 여성이 기존에 앓았던 만성질환일 수도 있다. 애초 B병원에 입원했던 만큼 다른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건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 여성이 어떤 만성질환을 앓았는지 등 자세한 결과는 역학조사 이후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의심자가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환자 18명은 모두 최초 환자 A(68)씨로부터 2차 감염된 사람들로, 2차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옮는 3차 감염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10번째 환자 J(44)씨, 15번째 환자 O(35)씨, 17번째 환자 Q(45)씨가 정부 통제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한 만큼 3차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8명의 메르스 환자 중 절반이 넘는 11명이 보건 당국의 최초 격리 대상자 명단에서 빠졌다가 뒤늦게 포함됐다. 보건 당국도 3차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차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 모두를 격리 대상에 포함하고 있는 중이다.
메르스 확산 여부는 이번 주 초·중반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 감염자 A씨는 지난달 20일 국가지정병상에 격리되기 전까지 모두 4곳의 병·의원을 방문했다.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가 2주인 점을 고려하면 A씨로부터 2차 감염됐을 경우 발병 가능 시점은 이달 3일까지다. 만약 3일 이후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 사람이 나온다면 3차 감염일 가능성이 크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5-06-02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