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거나 조마조마한 90분이었다. 경기 전 다득점을 목표로 걸었던 게 무색했다. 지난 11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 나선 한국축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2-1 진땀승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승점 3을 추가했다. B조 1위(승점 7·2승1무)도 지켰다.
하지만 경기 후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웃음기 없이 믹스드존을 빠져나갔다. 조광래 감독은 “이겼지만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5위인 UAE를 상대로 한국(29위)은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 진영 쪽에서 내내 볼을 점유했지만 점유율만 높았을 뿐 상대를 무너뜨리는 세밀한 마무리가 부족했다. 소속팀에서 교체로 출전하며 경기감각이 떨어진 지동원(선덜랜드)·구자철(볼프스부르크)·박주영(아스널) 등 공격진은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전반 내내 두드리다 끝났고 후반 5분 박주영의 선제골, 후반 18분 상대 자책골로 겨우 한숨 돌렸다. 종료 직전에 패스 한 번에 실점을 허용하는 등 막판 집중력도 아쉬웠다.
조광래 감독은 지난해 8월 부임 초기부터 주창했던 패스게임을 어김없이 꺼내 들었다. 하지만 드리블은 길었고 투박했고 자주 끊겼다. 무의미한 백패스도 잦았다.
공격수들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활발하게 자리를 바꿨다. 그러나 상대는 우리의 위치 변경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저 자기 진영을 굳건하게 지켰다. 대인방어가 아니고 지역방어였다.
적을 고려한 무기를 써야 한다. 그게 맞춤전술이다. 그러나 UAE전에서 조 감독은 상대의 작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축구’만 내세웠다. 결과는 졸전이었다. 대표팀은 새달 UAE-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중동 원정 2연전을 치른다. 중동의 지옥 같은 날씨와 홈 텃세, 침대축구 등을 감안해 볼 때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물론 태극호가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최종예선 티켓을 놓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조광래호의 목표가 겨우 3차 예선 통과는 아니다. 가깝게는 일본·호주·북한 등과 만날 지역 최종예선, 멀리는 월드컵 본선을 향한 큰 그림을 보고 달릴 때다. 매번 새 얼굴을 불러 테스트를 하고 새 전술을 시험하는 건 너무 태평하다. 상대를 고려한 예리한 맞춤전술과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플랜B가 절실하다. 조 감독의 소신이 왜 ‘지독한 고집’으로 비치는지도 스스로 돌이켜 볼 때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하지만 경기 후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웃음기 없이 믹스드존을 빠져나갔다. 조광래 감독은 “이겼지만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5위인 UAE를 상대로 한국(29위)은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 진영 쪽에서 내내 볼을 점유했지만 점유율만 높았을 뿐 상대를 무너뜨리는 세밀한 마무리가 부족했다. 소속팀에서 교체로 출전하며 경기감각이 떨어진 지동원(선덜랜드)·구자철(볼프스부르크)·박주영(아스널) 등 공격진은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전반 내내 두드리다 끝났고 후반 5분 박주영의 선제골, 후반 18분 상대 자책골로 겨우 한숨 돌렸다. 종료 직전에 패스 한 번에 실점을 허용하는 등 막판 집중력도 아쉬웠다.
조광래 감독은 지난해 8월 부임 초기부터 주창했던 패스게임을 어김없이 꺼내 들었다. 하지만 드리블은 길었고 투박했고 자주 끊겼다. 무의미한 백패스도 잦았다.
공격수들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활발하게 자리를 바꿨다. 그러나 상대는 우리의 위치 변경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저 자기 진영을 굳건하게 지켰다. 대인방어가 아니고 지역방어였다.
적을 고려한 무기를 써야 한다. 그게 맞춤전술이다. 그러나 UAE전에서 조 감독은 상대의 작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축구’만 내세웠다. 결과는 졸전이었다. 대표팀은 새달 UAE-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중동 원정 2연전을 치른다. 중동의 지옥 같은 날씨와 홈 텃세, 침대축구 등을 감안해 볼 때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물론 태극호가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최종예선 티켓을 놓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조광래호의 목표가 겨우 3차 예선 통과는 아니다. 가깝게는 일본·호주·북한 등과 만날 지역 최종예선, 멀리는 월드컵 본선을 향한 큰 그림을 보고 달릴 때다. 매번 새 얼굴을 불러 테스트를 하고 새 전술을 시험하는 건 너무 태평하다. 상대를 고려한 예리한 맞춤전술과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플랜B가 절실하다. 조 감독의 소신이 왜 ‘지독한 고집’으로 비치는지도 스스로 돌이켜 볼 때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10-1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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