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경영진의 횡령ㆍ배임 혐의 공시를 1년이나 미룬 한화가 23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한국거래소는 이날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한화 주식에 대해 24일 하루 동안 거래정지를 한다고 밝혔다.
10대 그룹 계열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주식이 거래정지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에는 SK가 계열사와의 매매 계약 사실을 제때 공시하지 않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거래정지된 바 있다.
거래소는 한화에 대해 벌점 7점을 매기고 공시 위반 제재금 700만원도 부과했다.
거래소는 당초 한화의 벌점을 6점으로 매길 것이라고 예고했다가 이를 높인 것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화의 지연공시 기간이 1년이나 되고 사유도 중과실ㆍ고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점을 높였다”고 말했다.
한화는 자사 주식이 거래정지 조치를 받은 데 대해 투자자들에게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한화는 이날 거래소의 결정이 나온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거래정지로 주주들과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경영투명성 제고, 공시역량 강화 방안을 철저히 이행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작년 2월10일 기소장을 통해 확인했으나 이를 1년이나 지난 이달 3일 공시했다.
거래소는 한화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검토하겠다며 주식에 대해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으나 휴일인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어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를 두고 거래소가 재벌그룹 계열사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으나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