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역습에 대비하라] 1억 넘게 빚내 집 산게 화근… 버는 족족 갚고도 ‘마이너스 인생’

[금리 역습에 대비하라] 1억 넘게 빚내 집 산게 화근… 버는 족족 갚고도 ‘마이너스 인생’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7-03-16 22:38
수정 2017-03-17 02:1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상) 200만 한계가구 분석

자영업자인 나대출(38)씨는 늘 마이너스 인생이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빼고 버는 족족 빚을 갚는 데도 매달 49만원이 적자다. 모자란 생활비는 ‘마통’(마이너스 통장) 몫이다. 나씨는 1억 7570만원의 빚이 있다. 열심히 벌면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도통 줄지 않는다. 예금부터 적금, 보험까지 모두 해약해 봐야 6300만원 정도. 빌린 돈의 3분의1도 못 갚는다. 악몽 같은 빚투성이 인생의 출발점은 아파트였다. 오를 거란 기대감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수도권 아파트를 산 게 화근이었다. 지난밤 미국 금리가 0.25% 포인트 올랐단다. 더 오를 거란 뉴스가 쏟아진다. 금리가 오르면 연간 이자만 몇 백만원을 더 내야 한다. 더는 버티기 어려울 듯하다.
●“금리 오르면 이자만 수백만원 더 내야”

나대출씨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산출한 181만 한계가구 가장(家長)의 평균값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나씨처럼 이자 상환이 벅찬 국내 한계가구에는 ‘직격탄’이다. 한계가구란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이 40%를 넘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마이너스 가구를 뜻한다. 지난해 기준 181만 5000가구다. 1년 전보다 24만 가구 늘었다. 통계 속 착시를 감안하면 실제 한계가구 수는 이미 2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조사는 지난해 3월 말 이뤄진 것이어서 ‘2016년 통계’라고 하지만 실제 4~12월에 늘어난 한계가구는 포함돼 있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빚은 1344조 3000억원이다. 작년 한 해에만 141조 2000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 증가세다. 경제분석기관들은 “내년 통계 내기가 두렵다”고까지 말한다.

지난해 한계가구를 연령별로 보면 가구주가 60대 이상 고령층(18.1%)이거나 30대 청년층(18.0%)인 경우가 많다. 특히 30대 비중은 전년 14.2%에서 3.8% 포인트나 급증했다. 40대 비중은 16.2%, 50대 비중은 15.5%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나 무직인 경우가 ‘월급쟁이’보다 한계가구가 될 확률이 높았다. 분포 비중은 무직·무급·특수고용가구(22.7%), 종업원을 둔 고용주 가구(22.4%), 종업원이 없는 자영자가구(18.2%) 순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한계가구 비중(18.9%)이 비수도권(14.6%)보다 높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 및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득별로는 당연히 ‘없는 집’ 비중이 높았다. 가장 빈곤층인 소득 1분위의 한계가구 비중이 23.8%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가난한 2분위가 17.1%를 차지했다.
이미지 확대
●“한계가구 다양… 맞춤형 대책 필요”

우리나라 한계가구의 특징은 ‘하우스푸어형’이 많다는 점이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가구가 22.7%로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가구(13.4%)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자가(自家) 거주자의 한계가구 비중도 19.0%로 전세(12.2%)나 월세(13.7%) 가구보다 높다. 또 원리금(원금+이자)을 동시에 갚는 가구(19%)가 이자만 갚는 가구(4.6%)보다 한계가구 비중이 높았다. 빚내서 무리하게 집을 산 뒤 원리금을 갚느라 허덕대다가 한계가구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한계가구가 짊어진 빚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다. 돈을 한 푼도 안 쓴다고 해도 DSR이 100%를 넘으면 ‘빚이 빚을 갚는 인생’이 된다. 국회의장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벌인 결과,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마다 4만 가구 이상이 새로 한계가구에 편입됐다. 시장금리가 3% 포인트 오르고 소득이 10% 감소하는 악조건을 대입하자 한계가구 수는 33만 2000가구나 급증했다. 이준협 국회의장 정책비서관은 “이미 한계가구의 32.8%가 약속한 기한 내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하거나 아예 상환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같은 한계가구라도 자영업자, 청년층, 고령층, 하우스푸어 등 형태가 다양한 만큼 각각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7-03-17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 여러분은 만족한가요?
15년 만에 단행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혹평과 함께 별점 1점 리뷰가 줄줄이 올라왔고, 일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를 강제로 되돌려야 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카카오는 개선안 카드를 꺼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1. 개편 전 버전이 더 낫다.
2. 개편된 버전이 좋다.
3. 적응되면 괜찮을 것 같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