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위축, 금융으로 번져 더 심각… 내수 키울 재정 총동원해야”

“실물경제 위축, 금융으로 번져 더 심각… 내수 키울 재정 총동원해야”

임주형 기자
입력 2020-03-15 22:34
수정 2020-03-16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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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경제수장 10인 ‘전대미문 위기’ 제언

소주성 등 경제 부담주는 정책 속도조절
기업 경쟁력 강화·경제 체질개선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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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사람을 격리시키고 국가를 단절시키면서 글로벌 공급 체인을 무너뜨리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한덕수 전 국무총리)

“미증유의 사태다. 과거에도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있었지만 국지적인 문제였지 지구촌 전체의 위기는 아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다.”(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정책실장, 금융위원장 등 10명의 전직 경제 수장은 15일 “코로나19 사태가 전대미문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 등 전통적인 해법으로는 난국을 극복할 수 없다며 통화스와프(서로 다른 통화를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하는 외환거래) 등 국제 공조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득주도성장과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에 부담이 가는 정책을 속도조절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직 경제 수장들이 이번 사태를 걱정하는 건 과거와 달리 실물경제에서 위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외환위기는 아시아 몇몇 국가에 한정된 국지적 사태였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발 선진국의 위기였다”면서 “금융권의 불안 요소가 터져 위기가 발발한 당시와 달리 지금은 실물경제 위축이 금융으로 옮아 붙은 상황이라 더 복잡하고 난해해졌다”고 분석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도 “보통 경제 위기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촉발되는데, 지금은 수요와 공급 모두가 위축됐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 추경(정부안 11조 7000억원)이 국회를 통과하고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직 경제 수장들은 “(대책으로) 부족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정부의 추경 편성 규모는 비상 대책이라기보단 평상시 경기대책 수준”이라며 “코로나19가 몰고 오는 심각성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가 이미 바닥에 온 상황에서 추가 인하를 단행해 봤자 소비나 투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을 현금으로 나눠 주는 게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도 “금리를 낮춘다고 경제활동과 투자를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며 “(무상으로 지급하는) 소비쿠폰 확대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단 재난기본소득이 포퓰리즘으로 변질돼 재정건전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경계 목소리도 나왔다. 장병완 전 장관은 “너도나도 국가 예산을 펑펑 쓰는 것만 생각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지고 도미노처럼 악재가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통화스와프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현정택 전 경제수석은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통화스와프를 통해 기축통화국인 미국, 일본 등과 금융·외환 차원에서 확실한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국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국 등 주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소득을 늘려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소득주도성장이 안고 있는 문제”라며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축적해 블루오션 속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용호 전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은 사회정의 측면에서 호소력이 있으나 현실 경제에는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서비스업은 예외 분야다. 의료, 교육, 관광, 문화 등 서비스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육성해야 한다”며 “제조업뿐 아니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서비스업에도 쿠폰 발행 등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20-03-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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