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무용론 부르는 개정안
인상돼도 실질적인 임금은 큰 변동 없어환노위 “연봉 2400만원 이하는 제외”
법 조항 너무 세부적… 논쟁 발생 소지
양대노총 “최저임금에 대한 사형선고”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의결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최악의 개악안’, ‘최저임금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반발한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산입 범위 확대로 인해 실질적인 임금 인상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두 자릿수 인상률로 어렵게 최저임금을 올려도 손에 쥐는 것은 한 자릿수 인상률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예컨대 올해 기본급 157만원, 상여금 50만원, 복리후생수당 20만원을 받는 노동자 A씨는 현행 기준으로 157만원을 최저임금으로 본다. 하지만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상여금 중 최저임금 25%를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10만원과 복리후생수당 중 9만원이 최저임금으로 포함된다. 157만원이었던 최저임금이 산입 범위 확대만으로 176만원으로 오른다. 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이 많으면 최저임금을 올려도 ‘인상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15%(시급 8660원) 올려도 A씨는 상여금 중 5만원, 복리후생수당 중 7만 4000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돼 실질적으로 약 11만 6000원만 인상되는 셈이다. 산입 범위가 확대되기 전 기준으로 24만원 오르는 것에 견줘 반 토막이 났다. 다만 상여금이나 복리후생수당이 없거나 적은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임금 삭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환노위는 “연봉 2400만원 이하의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산입 범위를 넓히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일정 부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2016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시급 7530원·인상률 16.4%)으로 올렸을 때 임금 하위 20%의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인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비율은 66.9%지만 개정안처럼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포함하면 이 비율은 64.1%로 감소한다. 또 정기상여금·복리후생수당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2016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자 가운데 22.0%는 임금 인상 없이도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노동자로 분류된다. 민주노총이 조합원 602명을 상대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도 내년 산입 범위 기준을 적용하면 노동자 10.1%가 여기에 해당됐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에 상한선을 둔 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데이터나 개별 임금을 놓고 어떤 효과가 발생할지 따져 보지 않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조항이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기술적으로 규정됐다”며 “임금체계 변경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8-05-26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