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문태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문태준

입력 2017-06-09 17:58
수정 2017-06-0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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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문태준

뻐꾸기의 발음대로 읽고 적는 초여름

이처럼 초여름 가까이에 뻐꾸기는 떠서

밭둑에도 풀이 계속 자라는 무덤길에도 깊은 계곡에도

뻐꾸기의 솥 같은 발음

뻐꾸기의 돌확 같은 발음

한낮의 소리 없는 눈웃음 위에도

오동나무 넓고 푸른 잎사귀에도 산동백에도

높은 산마루에도 바위에도

뻐꾸기 소리는 산신각처럼 앉아서

바다를 단번에 만들 수는 없다. 우선 작은 냇물 100개를 만들자. 세상 사람 모두를 선량하게 바꿀 방법은 없다. 우선 교도소 벽이라도 분홍색으로 칠해 보자. 탈세를 하고 부정한 뒷돈 받아 챙기며 쩨쩨하게 살던 자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신선(神仙)이 될 수는 없다. 악인들을 교도소에 보내는 대신 산중에 모아 두고 아무 일 시키지 말고 초여름 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나 한가롭게 경청하게 하자. 한 석 달 밤이나 낮이나 뻐꾸기 소리나 귀 기울이게 하자. 혹시 그의 마음이 미적 황홀경에 들어 작은 물결이 일고, 그가 손꼽만큼씩 착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장석주 시인
2017-06-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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