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침 몸살/조성국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침 몸살/조성국

입력 2021-02-25 17:02
수정 2021-02-26 03:2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침 몸살/조성국

잠결에 밤 오줌 누다가 얼결에 들었다

침 묻혀 뚫은 초야의 문구멍으로 새 나오는, 앙다물다 못해 내뱉는
가녀른 비명


호들갑스럽게 일러바치자

양 볼에 살짝 홍조를 띄우던 엄마는 침 몸살 앓는다, 하시며
나한테만 괜히 행 궂다. 나무랐다


침 몸살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저는 이제껏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좋았습니다. 봄바람이 팔을 스치며 지나가는 느낌이었지요. 살면서 침을 꼴깍 삼키는 때가 모두에게 있을 것입니다. 즉물적이지요. 침 몸살이라는 말의 구성을 되짚어 보며 고향 어르신들의 언어에 대한 자늑자늑한 성정을 느낍니다. 애간장이라는 단어도 떠오르는군요. 살면서 제일 행복한 순간 침 몸살을 앓을 때가 아니겠는지요. 침 몸살이라는 말 앞에서 허허허 웃습니다. 침 몸살 앓던 지나간 시절 생각나구 말구요. 바라건대 내가 쓴 시 앞에서 침 몸살을 앓는 순간 훌쩍 찾아오기를.

곽재구 시인
2021-02-2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