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고?/김선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고?/김선우

입력 2021-09-02 17:42
수정 2021-09-03 02: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고?/김선우

멀리 갔다 돌아오는 새들

날개 끝에서 흩어지는 불꽃들

어딘가 도착하기 위해선
바람을 탄 채 바람에 저항하며
스스로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보다 묵직한 장엄은ㅡ

날기 위해선 어딘가에 발 디뎌야 한다는 것
생명은 몸 닿을 곳이 필요하다는 것
‘새처럼’이 아니라 ‘새조차도’라는 것
날개는 발 다음이라는 것

스무 살 적에 꿈 하나 있었습니다. 삶을 지평선 곁 작은 역에 유기하고 춤추며 돌아오는 것. 새가 되어 은하수 속을 나는 꿈을 꾸었지요. 내가 버린 삶이 대합실 낡은 의자에 앉아 울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지요. 이 아침 ‘새의 날개는 발 다음’이라는 선언 깨우침을 주는군요. 그래요, 생명은 몸 닿을 곳이 필요합니다. 몸 닿을 곳이 없다면 생명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세상의 시인들이 쓴 시들, 그들이 발붙이고 싶은 땅의 이름 아니었을까요. 삶을 사랑한다는 것, 자신이 발 디딘 곳을 사랑한다는 말 아니겠는지요. 허름하기 이를 데 없는 운명의 발붙임 없음을 끝내 사랑해 내기를. 세상의 모든 날개는 그곳에서 비롯될 것이므로.
2021-09-03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