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인권조례에 더이상 소모적 논쟁 말아야

[사설] 학생인권조례에 더이상 소모적 논쟁 말아야

입력 2015-05-15 18:02
수정 2015-05-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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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과 복장의 자유, 체벌 금지 등을 규정한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제 대법원은 교육부가 전북도의회를 상대로 낸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이 학생인권조례안의 내용에 대해 효력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이 조례를 둘러싼 논란은 2년여 계속됐다. 전북도의회가 2013년 학생인권조례를 의결하자 교육부는 상위법 위반을 들어 전북교육청에 재의(再議)를 요구하라고 요청했고, 전북교육감이 이를 거부해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체벌 금지, 야간자습 및 보충수업 강요 금지, 학습권과 휴식권 보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생인권조례는 2008년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되면서 진보 진영 후보들이 내세운 주요 공약이었다. 이후 경기도에서 시작돼 광주, 서울, 전북으로 이 조례가 확산됐다. 이번 판결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주도하는 나머지 시·도에서도 조례 제정 움직임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학교가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전근대적 인식은 개선돼야 마땅하다. 복잡하게 따지기 전에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무한 입시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에게 집보다 더 오래 머무는 학교가 일방적인 규제·규율이 적용되는 억압의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이 명제에 공감한다면 더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은 자제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의 대응은 다소 우려스럽다. 교육부는 “패소한 부분과 다른 조항에 대해서는 상위법령 위배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면서 다른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면 또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이전의 대응 논리를 반복하는 교육부의 태도는 동의를 얻기 어렵다.

학생인권과 교권을 갑을 논리로 가르는 시각은 환영받을 수 없다. 논란 끝에 학생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새로운 ‘지위’를 얻은 현실에서 당장 모두가 한뜻으로 돌아봐야 하는 것은 교권이다. 며칠 전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3%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것으로 여긴다. 선생님들의 사기가 꺾이면 피해를 보는 쪽은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이다. 교권을 지켜 줄 근원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교권이 곤두박질친 것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 아니라 공교육 붕괴의 결과임을 왜 모르나.
2015-05-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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