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올림픽‘ 비난 무시 中…‘구아이링 열풍’으로 애국주의 고조

‘동네 올림픽‘ 비난 무시 中…‘구아이링 열풍’으로 애국주의 고조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2-02-09 17:02
수정 2022-02-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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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판정’으로 우뚝 선 ‘중국 애국주의’
美 대신 中 택한 구아이링 선전에 열광
국제사회 냉랭한 시선에도 국민결집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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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중국 베이징의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구아이링(중국)가 경기를 마치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그는 1∼3차 시기 합계 188.25점을 받아 우승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의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구아이링(중국)가 경기를 마치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그는 1∼3차 시기 합계 188.25점을 받아 우승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베이징동계올림픽 대회 초반부터 쇼트트랙 편파 판정과 스키점프 무더기 실격 등 논란으로 ‘스포츠 민족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쇄도하지만 주최국인 중국은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메달 레이스를 즐기며 열광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귀화한 구아이링(谷愛凌·19)의 금메달 획득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대회’라는 자화자찬도 쏟아 내고 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구아이링 영입으로 올림픽 흥행에 불을 붙이고 더 나아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베이징의 구상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9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는 전날 구아이링이 베이징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에서 열린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축하하는 누리꾼들의 게시글이 넘쳐 나고 있다. 서양인의 외모를 가진 벽안의 소녀가 완벽한 중국어로 “올림픽 무대에서 내 도전정신을 보여 줄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소감을 밝히자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는 구아이링 관련 검색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의 상징물인 용이 새겨진 경기복을 입고 있는 구아이링의 모습을 최상단에 실었다. “이렇게 놀라운 올림픽 대회는 처음”, “내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등의 애국주의 댓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어거지 금메달’은 이미 이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하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올해 중국 공산당의 최대 과제는 하반기에 열릴 제20차 전국인민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베이징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는 이를 뒷받침할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 이번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시 주석의 장기집권 명분을 쌓기 위한 ‘정치적 행사’라는 뜻이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외교적 보이콧’으로 올림픽 흥행을 우려했다. 그러나 미국 출신 구아이링이 중국에 금메달을 선사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에 일격을 가한 셈이 됐다. 이 흐름대로면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애국주의로 더욱 단결하고 중국 밖 세계 여론은 중국의 부상을 더욱 경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구아이링에게 두둑한 보상을 할 것이 확실시된다. 경제매체 차이징(財經)은 “구아이링은 지난해에 2000만 위안(약 38억원)의 광고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중국 농구계의 전설 야오밍(姚明)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가 이번 올림픽에서 우승하면서 중국 광고시장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라고 매체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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