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용서 구해”
40여년 전 사건 은폐 및 대응 미흡 책임
보좌관들 “베네딕토, 은폐 안 했다” 주장
베네딕토 16세. 2015.12.8 A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미성년자 성 학대 성직자들에 대한 독일의 지난달 조사에 대한 응답 차원의 편지에서 “성 학대를 당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저의 깊은 수치심과 슬픔을 표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는 가톨릭교회에서 큰 책무를 지고 있었다”며 “내 임기 동안 여러 곳에서 발생한 학대와 오류에 대해 그만큼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사과는 뮌헨 대교구의 성 학대 사건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그의 첫 공식 사과 메시지다.
앞서 뮌헨 대교구의 의뢰를 받아 성직자의 성 학대 범죄를 조사한 독일 법무법인 베스트팔슈필커바스틀(WSW)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1945~2019년 사이 대교구 내에서 최소 497명의 피해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60%는 8~14세 사이의 미성년자였다. 성 학대에 가담한 성직자는 사제 173명과 부제 9명 등 최소 235명에 달했다. 이 중 40명은 성 학대 적발 후에도 다시 사목활동을 했다.
보고서는 특히 베네딕토 16세가 뮌헨 대주교로 봉직하던 동안 최소 4건의 성 학대 사례에 미흡하게 대응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의 보좌관들은 교황청이 이날 그의 편지와 함께 함께 발표한 별도 성명에서 그가 성 학대 범죄를 은폐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이들은 사건 보고서가 베네딕토 16세가 성 학대 범죄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출신으로 본면이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 후임으로 제265대 교황직에 올라 8년간 직무를 수행한 뒤 2013년 2월 건강 문제로 자진 사임했다. 그는 사임 후 모국인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바티칸시국 내 한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