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필름… 검은 동그라미 사진… 감춰진 진실은

구멍 뚫린 필름… 검은 동그라미 사진… 감춰진 진실은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5-08 22:58
수정 2016-05-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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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룩스 ‘폐기된 사진의 귀환: FSA 펀치 사진전’

한 여인이 의자에 앉아 있다.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은 검은 동그라미로 한쪽 눈이 가려져 있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검은 동그라미의 정체가 궁금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저항주의 예술가 벤 샨이 1936년 아칸소의 재정착민 가정에서 촬영한 이 사진의 필름은 펀치로 구멍을 뚫어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왜, 누가 이런 행위를 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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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벤 샨의 ‘재정착민 가족’(아칸소·1935년)  갤러리 룩스 제공
위에서부터 벤 샨의 ‘재정착민 가족’(아칸소·1935년)
갤러리 룩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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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이던스의 ‘농장’(뉴저지·1936년) 갤러리 룩스 제공
칼 마이던스의 ‘농장’(뉴저지·1936년)
갤러리 룩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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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 에번스의 ‘무제’(앨라배마·1936년) 갤러리 룩스 제공
워커 에번스의 ‘무제’(앨라배마·1936년)
갤러리 룩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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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로드스타인의 ‘과일통조림공장 노동자’(플로리다·1935년). 갤러리 룩스 제공
아서 로드스타인의 ‘과일통조림공장 노동자’(플로리다·1935년).
갤러리 룩스 제공
‘검은 목요일’인 1929년 10월 24일 이후 미국은 대공황의 시대를 맞았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시작했고, 신설된 농업안정국(FSA)은 농촌 지원사업에 나선다. FSA에서 정보수집을 담당하는 부서 책임자로 임명된 경제학자 로이 스트라이커는 두 가지 임무를 맡았다. 대공황 여파로 미국 농촌에 불어닥친 빈곤의 실상을 기록해 정부관계자와 국민들에게 알리고, 뉴딜의 일환인 FSA 정책 실시로 농촌의 빈곤이 어떻게 개선돼 가는지를 기록하고 홍보하는 것이었다.

스트라이커는 숫자나 자료보다는 이미지를 선호했다. 워커 에번스, 도로시어 랭, 아서 로드스타인, 벤 샨, 칼 마이던스, 러셀 리, 티어도어 정 등 당대 유명 사진 작가들을 고용해 농촌 마을의 모습을 찍도록 주문했다. 사진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붙었다. 마을 중심가에 대한 전체 장면을 담고 주요 건물을 담을 것, 거리의 사람들을 담되 전형적인 인물을 담아야 하며 얼굴, 옷, 활동이 드러나야 할 것 등이다.

사진가들이 농촌 현지에서 보내온 사진 중에서 스트라이커는 FSA의 이념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사진 원본(필름)에 펀치로 구멍을 뚫어 배제했다. 여러 번 반복된 컷이나 기술적으로 실패한 컷, 너무 예술적인 사진도 배제됐다. 흑인과 멕시코인이 들어간 사진도 가차 없이 잘렸다. 전체 17만 네거티브 사진 중에서 펀치된 컷은 10만여개에 이른다. 펀치된 사진은 FSA의 공식 사진 아카이브와는 다른 ‘죽은’(killed)파일로 분류돼 미 의회도서관 홈페이지(www.loc.gov/pictures/collection/fsa)에 남았다. 아카이브는 2011년부터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리고 있는 ‘폐기된 사진의 귀환: FSA 펀치 사진전’은 거대한 사진 아카이브 중에서 펀치로 구멍이 뚫린 250여장의 사진으로 구성된다. 상업 갤러리에서 하기 어려운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전시다. 이 전시를 기획한 사진이론가 박상우 중부대 교수는 “펀치된 사진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담론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요소를 지녔다”면서 “다큐멘터리 사진도 실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배제라는 행위를 통해 구축된 역사일 수 있으며 사진 자체에 따라붙는 객관성, 사실성, 진실성이 얼마나 신화적이고 허구적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이커는 사진의 취사선택뿐 아니라 미디어를 통한 배포에도 개입했다. 그는 정부가 발간하는 다양한 보고서를 꼼꼼히 읽고 미디어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정부와 미디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파악한 뒤 고용된 사진가들에게 주문했다. 도로시어 랭의 유명한 사진 ‘이주 어머니’(1936년)는 스트라이커가 선택해 미디어에 실리고 수많은 대중에 노출된 케이스다. 박 교수는 “롤랑 바르트는 사진에서 찍는 자, 찍히는 자, 보는 자에 주목했지만 펀치 사진은 또 다른 주체, 즉 선택하는 자의 존재와 선택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갤러리 룩스는 전시와 연계해 오는 13일 오후 2시부터 갤러리 지하에서 ‘이미지 파괴와 새로운 사진이론’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박상우, 이영준, 박평종이 발제자로 나선다. 전시는 6월 4일까지. (02)720-8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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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5-0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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