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어렸을 때 젖니가 빠진 순간을 기억하시는지요. 물론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대부분 몹시 놀랐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흔들리는 작은 이를 혀로 건드렸을 때의 낯선 느낌과 결국 빠진 이를 눈앞에서 확인했을 때의 그 공포감이란 아무래도 처음으로 겪어본 느낌이었을 테니까요. 한걸음 성장한 아이를 마주한 부모에게도 특별한 순간이었을 겁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 로버트 맥클로스키가 쓰고 그린 ‘어느 날 아침’의 주인공 샐도 어느 날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합니다. 문득 거울을 봤는데 이가 곧 빠질 듯 흔들리는 거에요.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물어 보니 더 튼튼한 이가 나기 위해서랍니다. 게다가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어 두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니 걱정했던 순간도 잠시, 마냥 신이 납니다. 샐은 하늘을 날아가는 물수리에게, 헤엄치는 되강오리에게, 바다에서 고개를 비죽 내민 바다표범에게 자랑하기 시작하죠. “나 이가 흔들린다!” 소원도 소원이지만 엄마가 ‘이젠 다 컸다’며 대견해하시는 모습을 보고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해졌거든요. 하지만 아빠에게 이가 흔들린다는 걸 자랑하려던 순간 이가 이미 빠져버렸다는 걸 깨달아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달라는 비밀 소원을 빌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울음을 꾹 참아낸 샐은 빠져버린 이 대신 갈매기 몸속에서 빠져나온 깃털에 대고 소원을 빕니다.
샐이 이를 잃어버리고도 담대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가 빠진 빈자리에 솟아난 새로운 기쁨과 희망 덕분이었겠죠. ‘잃어야 결국 얻을 수 있다’는 중요한 깨달음은 비단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겁니다. 그나저나 샐은 소원을 이뤘을까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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