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양적 확대보다 안정된 취업 기회 늘려야 …세대 간 자원 배분 통해 청년 자립 여건 만들어야

일자리 양적 확대보다 안정된 취업 기회 늘려야 …세대 간 자원 배분 통해 청년 자립 여건 만들어야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10-14 22:40
수정 2018-10-1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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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해법

가난의 대올림을 끊어내려면 청년 실업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청년 실업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고 있지만, 양적 확대만으로는 빈곤의 악순환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비정규직 등 불안정 고용 상태로 취업을 하면 미래 불안전성 증가, 낮은 소득 등으로 인해 부모 곁을 떠날 수 없고 이로 인해 노인 빈곤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한국노동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캥거루족’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정규직의 캥거루족 비율은 27.8%인 반면 비정규직은 59.5%로 비정규직의 캥거루족 비율이 정규직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 위원은 “청년들이 취업했다 해도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고, 상당수는 비정규직, 인턴 등으로 취업해 저임금, 고용 불안 등에 직면하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김문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통설은 노동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취업 자체도 어렵지만 비정규직으로 첫발을 떼면 숙련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로 옮길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이 지난 2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다차원 빈곤의 변화와 세대 간 비교’ 논문에 따르면 초기 청년(19~24세)의 상대적 빈곤 위험도는 2006년 96.4%에서 2015년 152.1%로 9년 사이 55.7% 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노인의 빈곤 위험도는 136.7%에서 147.1%로 0.4%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김 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층이 빈곤 위험 세대로 부상했다”면서 “고용률에 집착하는 현 정부 정책으로는 청년 빈곤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세대 간 자원 배분을 전면 검토해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빈곤의 문제를 부모가 감당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EU)이 시행 중인 ‘유스 개런티’(청년보장정책) 제도처럼 청년층의 사회 진입 과정에 공공 영역이 개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스 개런티는 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일종의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교수는 “단순히 소득 지원을 늘리자는 게 아니다”라면서 “학자금 대출 채무에 대한 저금리 지원을 통해 청년들의 부담을 낮추는 등 나라에서 청년들의 일자리, 주거, 부채를 종합적으로 해결해 주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8-10-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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