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미관계 갈등 심화는 불가피할 듯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23일 완전 다운된 것과 관련, 이번 사태가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특히 미국이 ‘소니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며 ‘비례적 대응’을 공언한 직후 이번 공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북한은 일단 인터넷 사이트 접속 복구를 마친 만큼 이번 공격의 주체를 규명하는 한편 대응 전략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니 해킹’ 사건에 이어 발생한 이번 사태는 명확한 진상 규명과 무관하게 북미 갈등을 심화하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북한 맞대응 가능성 낮아
미국이 소니 해킹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비례 대응을 공언한 이후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북미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이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소니 해킹) 대응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며 ‘사이버 보복’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다수의 비공개 사이버전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를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 이번 사태에 개입했다고 해도 이를 절대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률이 저조한 북한의 특징상 사이버 공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비례성 대응’을 공언한 미국이 아닌 반북 극우단체나 해커집단이 주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제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작년 4월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 명단을 공개하고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6·25 ‘정전협정 기념일’ 등에 북한 웹사이트를 일시 마비시키는 등 북한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계속해왔다.
이와 관련,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사이버 공격에 맞서 즉각적으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높다는 심증만 가지고 당장 맞대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다만 미국의 소행이라고 추정하면서 각종 수사를 동원해 격렬하게 반응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실제와 행동은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 북미관계 더욱 얼어붙나…북한 무력시위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실체 규명과 무관하게 북미관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며 ‘소니 해킹 배후’라는 오명을 벗는 계기로 이 사건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인권결의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으로 북미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도 커지면 북한의 무력시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어떻게든 미국 정부가 했다고 걸고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서로 대화로 긴장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만 고조될 수 있어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미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사건 실체 규명이 되지 않은 채 양측 간 공방만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든, 침묵을 지키든 북한의 비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은 한국 정부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최대한 이번 사건에서 거리를 두고 신중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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