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중국대사관 ‘판정 논란’ 입장문 발표에
외교부 “외국공관의 입장 표명은 신중해야”
中대사관, 편파판정 비판에 “엄중한 우려”

황대헌이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런쯔웨이(54번)와 리원룽(94번)을 제치며 1위로 올라서고 있다. 황대헌은 이 과정에서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베이징 연합뉴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주한중국대사관의 전날 입장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주재국 언론 보도와 정치인 발언 등에 대한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주재국의 상황과 정서를 존중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앞으로도 우리 외교부는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필요한 소통 등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주한중국대사관은 쇼트트랙 경기 중 한국 선수 2명이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된 것을 놓고 국내 언론과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와 올림픽 주최 측을 비판한 데 대해 입장문을 발표,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표현을 동원해 반박에 나섰다.

베이징 연합뉴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해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금메달을 선사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베이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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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의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올림픽에 흑막이 있다’고 억측을 하고, ‘중국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함부로 말하는 매우 책임감 없는 태도에 대해 중국 측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판정 논란으로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폭발하자 대사관이 직접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이지만, 외국 공관이 주재국 국민들의 자연스러운 여론 반응과 정치인의 발언을 공세적 표현으로 공개 비판한 것은 지나친 대응이자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대사관의 공세적 태도가 오히려 반중 감정을 가라앉히기보다 부추길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한중국대사관은 8일에도 올림픽 개막식의 ‘한복 논란’에 대해 “(한복과 같은) 전통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조선족의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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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조선족으로 분한 공연자가 한복 차림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중국은 조선족을 비롯해 56개 소수민족이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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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중국대사관의 입장 표명에 대해 외교부가 중국에 별도로 문제를 제기했느냐’는 질문에는 “원칙적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일일이 소개시켜 드리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한복, 김치 등의 한국 전통문화를 중국 네티즌 등이 전유하려 하며 생기는 ‘문화침탈 논쟁’ 관련 질문에는 “이런 근거 없는 주장들이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판단 하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굉장히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있다. 2022.2.4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어 “앞으로도 양국 관계의 전반적 우호 정서에 문제를 주는 사태까지 이르지 않도록 중국 당국과 계속 소통하고,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힐 건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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