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 수사 잘못 인정해 무기수 김신혜 재심 결정”수사 과정 일부 잘못 인정되지만, 무죄 증명할 증거는 없다”
“영장도 없이 압수수색하고, 피고인(김신혜 씨)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범행을 재연하게 했다.”법원은 18일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15년째 복역 중인 김신혜(38·여)씨의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서 당시 경찰의 수사가 위법적이었고,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재심 결정문에는 경찰이 김씨를 수사하며 법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고 진술을 강요한 사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시 이 사건의 수사 경찰관은 김씨를 긴급 체포하고 48시간이 지나 법원의 영장도 없이 김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현장에는 김씨의 남동생을 임의로 동행시켰고,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물을 남동생이 임의로 제출한 것처럼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또 다른 경찰관이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조서까지 작성했다.
김씨가 공범을 말하겠다고 진술했다는 경위서도 경찰에 의해 허위로 작성된 것이었다.
김씨의 남동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김씨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자백하지 않았는데도 남동생에게 누나인 김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하도록 유도했다.
현장검증 당시에도 경찰은 김씨가 범행을 부인하며 재연을 거부하는데도 법원의 영장도 없이 강제로 사건 현장에 동행시켜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
법원은 당시 경찰의 수사가 잘못됐다고 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경찰이 수사보고서 등의 증거를 위조·변조했다는 김씨의 주장은 ‘근거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성추행은 없었다”, “가입 2년 이내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해 범행 동기가 없다” 등의 주장은 김씨가 진술을 수시로 번복했고, 무죄를 증명하지 못한다며 ‘새롭고, 명백한’ 증거가 아니라고 봤다.
당시 경찰 수사의 잘못이 일부 인정돼 재심 개시가 결정됐지만,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주장이나 근거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 수사가 강압적이었고 수사 절차에서도 일부 중대 과실이 있는 점에 비춰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수사 결과와 증거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재심 개시의 근거가 됐다.
법원이 이 사건을 다시 심리, 재판 과정에서 김씨의 유죄를 판단한 근거가 된 증거들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되면서 결과가 바뀌게 될지 주목된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당시 경찰 수사가 일부 잘못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만들어진 증거 등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재심이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김씨의 무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유·무죄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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