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집회인지는 몰랐지 고향 사람들 만나고 2만원 주니까 나간 거지”

“무슨 집회인지는 몰랐지 고향 사람들 만나고 2만원 주니까 나간 거지”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4-25 23:12
수정 2016-04-26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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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탈북자 동원 논란으로 본 ‘알바 집회’

“난 세월호에 관련된 집회인 줄은 몰랐지. 2만원 준다니까 그냥 나간 거야. 집에만 있어 봐. 자꾸 고향 생각나고 외로운 거 말도 못 해.”

●“북에서 온 사람끼리 친목회라 여겨”

15년 전 탈북해 한국에 온 A(69)씨는 25일 “기초생활수급자 입장에서 2만원은 매우 큰돈이고, 집회에 나가면 같은 탈북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저 고향 사람끼리 친목회에 나간다고 생각했다”며 “뉴스에 우리가 문제라고 나오는데 무슨 소리인지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탈북자 단체나 지인의 연락을 받고 각종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2014년 5월쯤 서울 광화문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주최하는 세월호 관련 집회에 나갈 때는 집회 내용도 잘 몰랐다고 전했다. “그냥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규탄하는 자리라고만 들었어요. 집에서 노느니 교통비로 2만원이라도 받자고 했던 거죠. 이젠 안 나갈 거예요.”

어버이연합의 보수 성향 집회에 돈을 받고 시위를 해 주는 ‘알바 시위자’들이 동원됐다는 증언이 잇따르자 이른바 ‘알바 집회’의 실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탈북자뿐 아니라 노숙자나 독거노인 등도 각종 이념단체나 종교단체, 이익단체 등의 시위에 금전적 혜택을 미끼로 동원되고 있다.

●“정기적 참여 요청하며 성격 변질”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약 5년 전부터 60~70대 탈북민들이 2만원가량을 받으면서 1개월에 2번 정도씩 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며 “당시에는 실향민끼리 정기적으로 모인다는 의미가 더 커서 특정 시민단체와 상관없이 여러 성격의 집회에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2014년 어버이연합이 일부 탈북자 단체에 정기적으로 집회 참가를 요청하면서 성격이 변질되기 시작했다”면서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구 탈북어버이연합) 대표가 당시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로 활동하며 둘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이 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 22일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에게 교통비 2만원씩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노숙인도 재건축 시위 등에 동원

탈북자 외 노숙인과 독거노인들도 알바 집회에 동원되고 있다. 다만 종교단체가 주도하는 시위나 재건축 등 이익집단의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노숙인 재활을 돕는 한 활동가는 “동성애 반대 시위에 한 달에 4번씩 참가하는 노숙자에게 월 4만원을 주겠다는 교회도 있다”며 “또 노점상 철거나 건물 철거 등에 용역 측 인력으로 투입되면 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만~2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활동가는 “노숙자나 독거노인 등이 교회 예배 등에 참석하면 무료급식과 함께 500~1000원씩을 주는데, 이런 자리에서 알바 집회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며 “분양 설명회에 참석하고 일당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돈 받고 시위 나가도 법적 문제 없어

경찰 관계자는 “다들 생업에 바쁘다 보니 시위 참석자를 찾기 어려워 일당을 주는 경우가 꽤 있다”며 “그러나 돈을 받고 시위에 참석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4-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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