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과목에 10만 원”…강의 사고파는 부끄러운 상아탑

“한 과목에 10만 원”…강의 사고파는 부끄러운 상아탑

입력 2016-08-05 11:35
수정 2016-08-0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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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과목은 “부르는 게 값”…일부 학생 ‘용돈 벌이’로 악용

“사이버 강의 3학점 과목 2개 양도해주실 분 찾습니다. 원하시는 만큼 사례금 드려요.”

5일 오전 강원 춘천시 한 사립대학 커뮤니티에 강의를 구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수강 신청에 실패한 학생이 성공한 학생으로부터 강의를 구매하고자 올린 글이다.

작성자는 게시글에 “4학년인데 수강 신청에 실패해 큰일 났다. 원하시는 가격과 카카오톡 아이디를 비밀 댓글로 적어 달라”고 글을 썼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비밀 댓글이 2∼3개가 달렸다.

수강 신청 마지막 날인 탓이었을까.

커뮤니티에 있는 ‘강의 구매 및 판매금지’라는 공지글이 무색할 정도로 조바심이 난 학생들이 쓴 ‘강의를 사고파는’ 내용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올라오는 글마다 비밀 댓글이 달리고, 해당 게시글이 커뮤니티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한참이나 반복됐다.

이처럼 학생들 간 ‘강의 매매’는 매 학기 수강 신청 기간마다 성행한다.

주로 매매 대상 강의는 학교에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 이수가 가능한 ‘사이버 강의’나 좋은 학점을 받기 쉽다고 알려진 ‘인기 강의’다.

구매 또는 판매 희망자가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 상대방이 쪽지를 보내거나 비밀 댓글로 연락처를 주고받아 은밀한 뒷거래가 이뤄진다.

판매자가 돈을 받고 해당 과목을 수강 철회하면 구매자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가격은 2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다양하다.

수강 가능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일부 과목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문제는 강의 매매가 성행하면서 수강하지도 않을 과목을 신청해 ‘용돈 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이다.

도내 한 국립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22·여) 씨는 “실제로 듣지도 않을 학생들까지 수강 신청해 정작 들어야 할 학생들이 돈을 주고 강의를 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내 권리를 침해당한 느낌”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학 측은 강의 매매 때문에 매년 골머리를 썩이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

관련 학칙을 마련하고 징계 처분될 수 있다는 점을 공지하지만, 실제 적발 사례는 거의 없다.

학내 커뮤니티 운영진 측에 부탁해 매매 관련 글을 올리지 못하게 막거나 글이 올라오는 즉시 삭제하는 방법도 있으나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도내 한 대학 관계자는 “교직원들이 학내 커뮤니티에 일일이 가입해 실시간으로 매매 행위를 적발하기는 힘들다”며 “학생들 스스로 지성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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