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운영난→투자 실패→빚더미…궁지 몰리자 극단적 선택

주유소 운영난→투자 실패→빚더미…궁지 몰리자 극단적 선택

입력 2016-09-20 09:06
수정 2016-09-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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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사업 투자했다 수십억원 빚…재산 압류 들어오자 심리적 압박감

지난 19일 밤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자녀 2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40대 부부는 사업 투자 실패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채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운영하던 주유소 2곳의 채산성이 악화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서 빚더미에 오른 뒤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일가족 4명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상당경찰서는 숨진 부부가 남긴 유서와 유족 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A(44)씨 부부와 큰딸(15)이 남긴 유서에는 ‘빚 때문에 힘들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유족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유족들은 경찰에서 “A씨 부부가 평소에도 친척들에게 ‘금전적인 문제로 힘들다’고 자주 토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외곽에 주유소 2곳을 운영하는 이 부부는 몇 년 전부터 벌이가 줄어 경영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께 지인의 말만 믿고 금융권과 친척 등에게 손을 벌려 빚까지 내가며 투자한 수십억원을 모두 날린 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결정적인 화근이 됐다는 후문이다.

숨진 A씨가 운영했던 주유소에는 최근 들어 채권자들이 많이 찾아왔었다고 주변인들은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A씨가 빚 독촉에 시달렸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A씨 지인들은 “10년 전부터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댔는데 투자했던 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평소에는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달 초 금융권 채무를 갚지 못해 재산 압류 강제집행이 들어오자 A씨 가족은 더 큰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도 A씨 부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가 친척의 설득으로 포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9일 낮 12시 30분께 가스용기를 들고 승강기에 오르는 A씨 부부 모습을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상과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채무에 시달린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인 규명을 위해 오는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9시께 청주시 상당구의 모 아파트 6층 A씨 집 안방에서 A씨와 부인 B(40)씨, 15살·12살짜리 딸 2명이 숨져있는 것을 119구조대와 경찰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방안에는 40㎏짜리 가스용기가 놓여 있었고, 일가족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성격의 노트 1권과 A4 용지가 발견됐다.

경찰은 당일 오후 8시 40분께 A씨의 장인으로부터 “딸 내외가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119구조대와 함께 A씨 아파트에 출동해 잠겨있던 문을 열고 들어가 일가족 4명이 숨져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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