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염불’ 된 해병대 인권 개선… 이번엔 회식 때 졸았다고 집단폭행

‘공염불’ 된 해병대 인권 개선… 이번엔 회식 때 졸았다고 집단폭행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6-01-03 22:34
수정 2016-01-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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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시도 사건 5개월 만에 또 구타 사건… 돈 안주고 담배 심부름·근무도 대신 세워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해병대 부사관들이 부대 회식 중 건배하다 졸았다는 이유로 후임을 집단 폭행하거나 잠자고 있는 후임에게 휴대전화를 던지는 등 비인간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를 일삼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병대는 지난해 7월 ‘해병은 해병을 때리지 않는다’와 같은 생활신조를 제정하는 등 병영 인권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같은 다짐은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3일 “해병 6여단 헌병대가 A(22) 하사 등 간부 2명을 후임 하사를 폭행하고 모욕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며 “이들을 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이달 중 재판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A 하사 등 2명은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10시 인천 옹진군 백령면의 한 주유소 인근 길가에서 후임인 B(20) 하사의 뺨과 가슴을 두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하사 등은 사건 당일 간부 회식 자리에서 중대장이 건배 제의를 하는데 B 하사가 졸고 있었다는 이유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초 백령도 해병 6여단에 전입한 B 하사는 전입 3주 만에 선임 간부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셈이다. A 하사 등은 평소 B 하사에게 담배를 사오게 한 뒤 돈을 주지 않거나 초과 근무를 대신 서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헌병대는 지난해 12월 6일 피해자인 B 하사의 면담 요청을 받은 뒤 수사에 착수했다. 헌병대는 면담 과정에서 같은 달 5일 다른 선임 C(23) 하사가 잠자고 있는 B 하사에게 휴대전화를 던진 사실도 확인하고 C 하사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B 하사는 현재 극도의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 등을 포함한 4주 진단을 받고 고향 인근인 전남 국군함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김포 해병 2사단 소속 병사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딜 수 없어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데도 해병대의 구타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6-01-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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