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뜨면 안된다”…락커룸서 자만 경계령 내린 황선홍호

“들뜨면 안된다”…락커룸서 자만 경계령 내린 황선홍호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3-09-20 06:30
수정 2023-09-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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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전 이른 시간 선제골, 대승 원동력
등번호 7번 달고 뛴 정우영, 팀 승리 이끌어
긴장감이 자신감으로 바뀐 경기 분위기에서
대량 득점...황선홍 “자신감 갖되 다 잊어라”
21일 태국전, 수비 치중할 가능성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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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어서 오세요’
‘감독님 어서 오세요’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9-0 대승을 이끈 황선홍 감독이 단체 기념촬영에 동참하고 있다. 2023.9.19 진화 연합뉴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게임 축구대표팀이 19일 쿠웨이트와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둔 건 이른 시간에 첫 골이 터졌기 때문이다.

9월 중순인데도 경기가 열린 중국 저장성 진화시의 기온은 30도를 웃돌았고 상대습도는 74%로 선수들이 빨리 지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초반에 선제골을 넣지 않았다면 선수들이 초조해지면서 경기가 계획과 달리 꼬였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날 세 골을 몰아넣으며 팀 승리를 이끈 정우영은 손흥민의 A대표팀 등번호인 7번을 달고 쿠웨이트 수비 진영을 흔들어 놓았다.

첫 경기가 주는 긴장감은 어느새 자신감으로 바뀌어 선수들을 더 뛰게 만들었다. 점수 차가 크게 나는데도 계속 집중하면서 쿠웨이트를 몰아친 덕분에 한국은 9-0 대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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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프리킥 골
백승호 프리킥 골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백승호가 팀 세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3.9.19 진화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 16강전에서 중거리 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백승호(전북)는 이날 경기에서도 멋진 프리킥으로 대표팀의 주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백승호는 경기 후 “첫 경기라 선수들이 긴장하고 들어갔는데 초반부터 기회를 잘 살려서 쉽게 갈 수 있었다”면서 “잘 회복하고 2차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21일 태국과 2차전을 치른 뒤 24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한다. 첫 경기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태국과 바레인 모두 한국과 쿠웨이트전을 보면서 분석을 마쳤기 때문에 2차전부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경기가 전개될 수 있다. 극단적인 수비 위주의 축구에 한국이 적응하려면 1차전과 다른 경기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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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격려하는 황선홍
정우영 격려하는 황선홍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황선홍 감독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정우영을 교체한 뒤 격려하고 있다. 2023.9.19 진화 연합뉴스
3회 연속 금메달을 가져와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황선홍 감독도 “없는 경기로 치겠다”며 자만을 경계했다. 그는 “(우승까지) 7발(경기) 중 첫발인데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열심히 해줬다”면서도 “자신감은 갖되 나머지는 다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라커룸에서도 선수들한테 같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황 감독은 “결선 토너먼트 등 어려운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성공적으로 그런 경기들을 치르려면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고도 했다.

높은 습도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보니 2차전 대비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하루 쉬고 나서 곧바로 경기를 치르는 것도 황선홍호에겐 부담이다.

우승을 하려면 앞으로 6경기를 더 해야 하는데 부상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보니 초반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도 없다. 게다가 이강인이 21일쯤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해도 발을 맞춰본 지가 오래돼 경기를 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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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도 멀티골!
조영욱도 멀티골! 19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조영욱이 팀 일곱번째 골을 넣고 있다. 2023.9.19 진화 연합뉴스
이날 두 골을 넣은 공격수 조영욱(김천)은 “경기가 끝나니 (이)강인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좀 천천히 가도 되냐는 건데, 턱도 없는 소리”라며 “빨리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쿠웨이트전에서 희망을 봤다면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 자원이 많다는 것이다. 정우영의 해트트릭, 조영욱의 멀티 골, 백승호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 엄원상(울산)과 후반 교체로 투입된 박재용(전북)·안재준(부천)의 득점은 한국의 공격력이 특정 선수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두 골을 넣었는데도 “더 넣을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달래는 조영욱은 “아직 (이번 대회 목표인) 세 골을 달성하지 못했으니 일단 그것부터 이룬 후 다시 목표를 잡아보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쿠웨이트 감독이 한국에 “수준이 달랐다”고 평가한 것처럼 2차전 이후에도 완전히 다른 수준의 팀으로 남아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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