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위안화 절하 후폭풍

중국 환율정책의 큰 변화는 1994년에 있었다. 당시 위안화 환율은 정부가 통제하는 계획무역에 사용하는 ‘공정환율’과 시장의 수요공급을 반영하는 ‘시장환율’ 두 개였다. 공정환율은 달러당 5.8위안, 시장환율은 달러당 8.7위안이었는데 이를 시장환율로 통합했다. 사실상 평가절하였다.
●中 무역흑자 늘고 주변국은 적자 급증
이후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서 1994년 54억 달러였던 무역흑자는 1995년 167억 달러로 3배 급증했다. 반면 우리나라와 태국의 무역적자는 가속화됐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12일 “위안화를 절하했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경기 악화로 정책 실패를 인정함과 동시에 주변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의미한다”며 “위안화 절하는 미국 달러의 고평가를 강화시켜 장기적으로 미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평가했다.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는 없을 듯
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한국은 완제품 경쟁 관계가 많지 않고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 수출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미의 관심사는 위안화의 추가 절하 여부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던 위안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과 위안화 환율이 5%가량 차이가 있었다”면서 “이틀간의 평가절하로 위안화 절하 폭이 3% 이상이기 때문에 평가절하를 마무리하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민은행도 무역흑자를 이유로 들며 추가 절하 압박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는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에 달린 셈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5-08-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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