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조사단 최종조사결과보고서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추락해 298명의 사망자를 낸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17편 여객기 추락 참사의 진상을 은폐하려한 정황이 발견됐다.네덜란드 안전위원회가 이끄는 MH17편 추락사고 국제조사단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종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격추된 MH17편 기장의 시신에서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 파편들이 의도적으로 제거되는 등 진상을 은폐하려한 시도가 있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기장의 시신에서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시신 내외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은폐 시도에도 불구하고 다발성 골절상을 입은 부기장의 시신에서 대부분이 금속인 120여개의 파편이 발견됐다.
조사단은 수거한 파편 중에는 나비넥타이 모양의 금속파편 2개도 있었다며 이는 러시아산 부크 지대공 미사일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또 추락 직후 촬영된 사진에 있었던 여객기 부품과 화물 일부, 조종석의 항공전자기기도 추락현장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사단이 구멍이 뚫리고 그을린 흔적을 분석하기 위해 수거하려던 여객기의 다른 잔해들도 없어졌다. 이 잔해들은 사고 직후 조사단이 촬영한 동영상에 기록돼있었다.
MH17편 추락 현장은 참사 직후 무방비 상태로 방치됐기 때문에 언론과 친러 반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이에 사고현장에서 증거 약탈 및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줄이었으나 반군은 이를 부인했다. 참사현장에서는 시신과 잔해가 아무 표시도 없는 차량에 실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MH17편은 작년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가던 중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상공에서 격추돼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298명이 모두 숨졌다.
이중 네덜란드인이 196명으로 가장 피해가 컸다. 당시 추락 지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던 곳이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MH17편이 친러 반군이 점령한 지역의 상공에서 반군이 쏜 미사일에 격추당했다는 주장을 폈지만, 러시아와 반군 측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보유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박해왔다.
조사단은 최종조사결과 보고서에서 MH17편 추락의 원인이 된 부크미사일 발사지역을 친러 반군 점령지역으로 특정하면서, 사실상 러시아에 피격의 책임을 돌렸다.
조사단은 참사 당시 부크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상공 3만3천피트에서 운항하던 MH17편의 조종석 왼편에서 1m도 안 떨어진 곳에서 폭발하면서 기장 등 조종사 3명이 즉사했다고 밝혔다. 이 폭발로 수백개의 금속파편이 어마어마한 힘으로 여객기 내부를 뚫고 들어갔다.
네덜란드 안전위원회의 테이베 유스트라 위원장은 “여객기는 공중에서 분해됐다”면서 “조종석과 비즈니스석 객실은 피격과 동시에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 추락했으며, 나머지는 동쪽으로 5마일(8km)가량 더 비행하다 1분∼1분30초 가량 후 떨어졌다”고 말했다. 비행기 잔해는 50㎢에 걸쳐 흩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격 이후 몇몇 승객은 심각한 상처를 입어 즉사했고, 대부분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추락하기까지 1분∼1분30초간 일부 승객은 의식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추락현장에서 수거한 휴대전화들에서는 참사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어떠한 사진이나 문자메시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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