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배·사죄 담길지 주목…정부, ARF 한일회동 등 활용할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 발표가 사실상 한 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담길지에 대해 한일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이 새삼 집중되고 있다.일본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패전일 하루 전인 14일에 담화를 발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5일 보도했다.
그간 정부는 아베 총리의 담화가 무라야마 전 총리의 전후 50년 담화와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 등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확실한 표현으로 계승할 것을 촉구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민주당 대표를 지난 3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 담화와 관련해 “역대 담화의 역사인식을 확실하게 재확인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미래로 향하는 데 큰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담화가 나온다면 한일관계 개선에 ‘선순환의 첫걸음’이 되리라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주변국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목은 무라야마 담화의 4대 핵심 표현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아베 총리의 담화에도 담기느냐다.
특히 한국이 피해 당사자인 ‘식민지배’와 ‘사죄’가 포함되느냐에 국내 관심이 높지만, 현재까지 나온 아베 총리의 발언이나 일본 내 보도 등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베 담화와 관련한 일본 내 동향을 주시하면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분명히 이어받는 담화가 돼야 한다는 점을 발표 때까지 지속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장에서 한일 외교수장의 회동이 이뤄진다면 이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짧은 체류일정으로 여전히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동이 성사된다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아베 담화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담을 것을 적극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최근 관훈토론에서 아베 담화가 “(역사인식에 대한) 기우를 청산하는 절호의 기회(golden opportunity)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 이후에도 막판까지 가동 가능한 외교채널을 총 동원해 아베 담화에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는 방향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런 한일관계는 물론 국내 정치상황, 중일관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최종 표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마지막까지 방향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 총리의 ‘선택’에 따라 한일관계는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개선 분위기가 한층 고조될 수도 있고, 아니면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다시 이명박 정권 후반부터 형성된 냉랭한 관계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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